"교통사고 피해자예요"…경찰서 자주 찾은 보험사기범 덜미

입력 2017-06-21 12:00
"교통사고 피해자예요"…경찰서 자주 찾은 보험사기범 덜미

7년간 24차례 고의 교통사고 내고 치료비 640만원 챙겨 구속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서행하는 차량과 고의로 부딪히는 수법으로 7년에 걸쳐 보험금과 합의금을 챙겨온 40대가 교통사고 피해자로 경찰서를 자주 드나들다 결국 꼬리를 밟혀 쇠고랑을 찼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정모(49)씨를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정씨는 2009년 7월∼올해 5월 서울 도봉구 골목 일대에서 24차례나 서행하는 차량에 고의로 부딪힌 뒤 치료비 명목으로 보험사로부터 64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보험 사기극은 올해 들어서만 2∼3차례 교통사고 피해자로 정씨가 경찰서에 온 것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교통사고 전력을 확인하면서 들통났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차 바퀴에 발을 슬쩍 밀어 넣거나 측면에 부딪힌 뒤 '악'하고 크게 비명을 지르고 바닥에 주저앉아 뒹굴며 운전자를 당황하게 하는 수법을 썼다.

정씨는 당황한 운전자에게 "보험사 부르기 싫으면 치료비만 조금 달라"며 현장에서 2만∼10만원 가량의 합의금을 받거나 보험 접수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몇몇 운전자들이 사고가 난 뒤 경찰에 신고하면서 경찰서에 나와 사고 피해자 조사를 수차례 받았다.

경찰은 올해 4월 정씨의 교통사고 전력이 수십 차례에 이르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기임을 의심해 조사한 끝에 이달 16일 그를 검거했다.

일정한 직업 없이 고시원을 전전하며 생활하던 정씨는 보험 사기로 타낸 돈 대부분을 술값이나 생활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보험사로부터 챙긴 돈 이외에 개인 합의로만 400만∼500만원 가량을 더 챙겼을 것으로 보고 보강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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