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매각에 반도체업계 '출렁'…삼성 독주는 '진행형'

입력 2017-06-21 12:47
도시바 매각에 반도체업계 '출렁'…삼성 독주는 '진행형'

한미일 연합 '지분 나눠먹기'로 시장점유율 급변 없을 듯

'차세대 낸드플래시 총력 체제' SK하이닉스, 시너지 효과 기대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정성호 기자 =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문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이 21일 선정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지각 변동이 가시화할 전망이다.

특히 도시바 메모리는 반도체시장 차세대 주력으로 부상한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세계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기존의 업계 판도가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IHS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005930]가 36.7%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도시바가 17.2%로 그 뒤를 이었고 ▲ 웨스턴 디지털(15.5%) ▲ SK하이닉스(11.4%) ▲ 마이크론(11.1%) ▲ 인텔(7.4%) 등의 순이었다.

도시바의 점유율을 다른 개별 업체가 100% 가져간다고 해도 당장 삼성전자를 선두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없는 사실상의 '독주 체제'인 셈이다.

다만 '2위 다툼'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의 낸드 시장점유율을 절반만 가져오더라도 단숨에 웨스턴 디지털을 제치고 삼성전자에 이어 2위로 뛰어오른다.

물론 한·미·일 연합 형태로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면서 SK하이닉스가 차지할 수 있는 도시바 지분은 15%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이번 인수전을 계기로 향후 급성장을 위한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한·미·일 연합에 포함된 업체 가운데 반도체 사업을 하는 곳이 SK하이닉스 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상황은 긍정적이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도시바의 3D 낸드플래시 기술 수준이 예상보다 떨어져 노하우 측면에서는 챙길 게 별로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으나 SK하이닉스가 최근 자체적으로 차세대 낸드플래시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금은 삼성전자에 추월당했지만 낸드플래시를 상용화한 '원조'가 도시바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술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메리트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낸드플래시의 경우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의 저장장치에 주로 쓰이면서 당분간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는 점도 SK하이닉스로서는 상당한 '호재'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가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시장점유율에서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전세계 반도체시장을 '삼성전자-SK하이닉스'라는 국산 쌍두마차가 이끌 것이라는 다소 때이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올 1분기 전세계 D램 시장의 업체별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3.5%로 1위, SK하이닉스가 27.9%로 2위를 지키며 우리 기업이 압도적인 지배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에 따른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반론도 내놓고 있다.

과거 D램 거물이었던 마이크론이 일본 엘피다를 합병한 이후 시장점유율이 합병 전 두 회사의 점유율 합계에 미치지 못했던 것과 같이 반도체 업계에서는 '1+1=2'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최종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SK하이닉스를 포함한 한·미·일 연합이 넘어야 할 장애물은 남아 있다"면서 "어쨌든 '슈퍼 호황기'에 접어든 반도체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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