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추락' 日아베, 영토 도발로 반등 노리나

입력 2017-06-21 10:01
수정 2017-06-21 15:02
'지지율 추락' 日아베, 영토 도발로 반등 노리나

'독도 일본땅' 담은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전격 발표

"한국·중국 등 주변국 관계보다 국내 정치 우선"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일본이 21일 오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초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가 일본땅'이라거나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기로 해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이번 해설서 발표 시점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사학스캔들'로 지지율이 전달보다 10%포인트 안팎 하락하며 36%(마이니치신문)까지 곤두박질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사학스캔들은 아베 총리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학법인 가케(加計)학원의 수의학과 신설에 총리 본인 및 측근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아베 총리가 지난 19일 정기국회 폐회에 즈음한 기자회견을 통해 사학스캔들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사과했음에도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점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아베 총리는 1차로 총리직에 있던 2007년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자리에서 쫓겨난 뒤 2012년 가을 총재로 복귀한 이후엔 각종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등 '승부사'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아베 총리가 취임 이후 맞은 최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카드를 구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주로 거론됐던 것이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북한 때리기나 정상 외교를 통한 지지율 회복, 경기 활성화 대책 등이었다.



일각에서는 한국과 영유권 분쟁이 있는 독도나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문제를 소재로 지지층 결속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다음달초 독일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고, 우리나라에서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면서 한일 정상회담과 한미일 정상회의 등 양자 및 다자 외교가 이어진 만큼 영토 도발까지 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이날 일본의 독도영유권을 담은 초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발표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아베 구하기' 목적이 강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해설서 발표 주체인 문부과학성은 사학스캔들의 핵심인 가케학원의 수의학과 신설의 인허가권을 가진 곳이다.

이번 파문 진행 과정에서 아베 총리 측근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부과학성 내부 문서도 10여건 발견돼 아베 총리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는 해설서 발표가 당초 예상보다 적어도 한두 달 빨리 이뤄진다는 점에서도 의혹을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

일본 정부 안팎에서는 당초 올 하반기에 해설서를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었지만, 이런 일정이 최소 한 달 이상 앞당겨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당장 다음달 2일 치러질 도쿄도의회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지사가 주도하는 도민퍼스트회에 밀릴 경우 아베 총리가 회복하기 어려운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가 영토나 역사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과거에도 종종 있던 일이다.

최근들어서는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의 일시귀국 사태가 대표적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일본 야마구치(山口)와 도쿄에서 잇따라 정상회담을 했지만, 당초 장담하던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일본 귀속 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논의하지 못했다.

국내에서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아베 총리는 지난해 12월말 부산 일봉총영사관 앞에 소년상을 설치한 것을 문제삼아 나가미네 대사를 전격 귀국시키는 초강수 조치를 했다.

또 북한이 잇따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 대피 방안이나 북한 미사일 기지 선제 타격론 등을 흘리는 등 한반도 위기론을 증폭시키면서 지지율을 5% 포인트 이상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바 있다.



choina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