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가는 아들 기억해야" 치매 홀어머니 눈물겨운 모정(종합)

입력 2017-06-21 14:40
수정 2017-06-21 14:42
"군대 가는 아들 기억해야" 치매 홀어머니 눈물겨운 모정(종합)

치매 초기 어머니 공책에 "아들 이름 000, 우리 집은 000"

입대 앞둔 아들 대학 커뮤니티에서 "어머니 누가 돌보나" 걱정

(충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우리 아들 이름은 ○○○, 우리 집은 ○○○"

지난 19일 오후 7시 52분께 충북 충주에 있는 한 대학교 인터넷 커뮤니티에 치매 초기 증세를 보이는 어머니를 걱정하는, 입대를 앞둔 아들의 애절한 글이 올라왔다.



이 학교 2학년 학생으로 추정되는 게시자는 얼마 남지 않은 입대를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조심스럽게 고민을 털어놨다.

아버지를 오래전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게시자는 최근 대학 기말시험을 끝내고 집에 돌아갔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의 어머니가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렸다는 소식이었다.

소식을 듣고 밤새 울었다는 게시자는 어머니가 평소 작성해 놓은 공책을 뒤적이던 중 또다시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고 설명했다.

그 공책에는 치매로 인해 기억력이 떨어져 아들 이름과 주소를 잊지 않기 위해 "아들 이름은 ○○○, 우리 집은 ○○○" 이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게시자는 "병원에서 유전자 이상으로 발병된 알츠하이머라 급속도로 악화할 확률은 높지 않다고 한다"면서도 "한 달 후에 군대에 가야 하는 데 어머니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게 너무나 맘이 아프다"고 걱정을 토로했다.

그는 "군대에 가서도 저의 상황을 이야기하면 정기적으로 휴가나 어머니를 돌볼 수 있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라며 "정말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해당 글은 안타까움을 자아내며 이례적으로 이 커뮤니티에서 공감하는 조회 수만 순식간에 수백 개가 달릴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게시자를 도와주고 싶은 심정에 자신이 알고 있는 입대 정보를 공유하는 네티즌들도 많았다.

구체적인 기관의 전화번호를 남겨놓는가 하면 해당 학교 측에서는 게시자를 찾기 위해 학교관계자의 연락처를 올려놓기도 했다.

충북병무청 관계자는 "가족이 위독한데도 돌볼 사람이 없으면은 연기를 해주고 있다"며 "수입이 없다면 생계 곤란으로 인한 면제되는 경우도 있어서 우선 전문가와 상의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치매는 개인에게는 물론이고 주변인에게도 씻을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을 주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치매 환자는 72만5천명으로 추산된다. 노인 10명 중 1명(유병률 10.2%)이 치매 환자인 셈이다.

치매 환자 실종 및 사망사고 등 치매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정부는 치매 국가 책임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치매 관리 인프라 확충, 환자와 가족의 경제부담 완화, 경증 환자 등 관리 대상 확대 등을 축으로 하반기부터 예방, 관리, 처방, 돌봄 등 치매 원스톱 관리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vodca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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