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팀 홈런…2017년 SK vs 2003년 삼성
파워 비슷하나 타자들 경험은 큰 차이
한동민·김동엽·로맥 등 여름 컨디션 유지가 신기록 열쇠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야구의 꽃' 홈런이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 활짝 피었다.
팀 홈런에서 독보적인 SK는 20일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도 홈런 3방으로 승리를 맛봤다. 7-1로 이긴 이날 경기에서 나주환의 3점포, 박정권, 김동엽의 솔로포 2방 등 5점이 홈런에서 나왔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홈런이 나오지 않을 경우 다양한 득점 루트가 필요하다며 볼멘소리를 하지만, 홈런을 빼곤 올해 SK를 설명할 방법이 달리 없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68경기에서 팀 홈런 120개를 친 SK는 144경기를 모두 치르면 홈런을 산술적으로 254개까지 늘릴 수 있다. 이러면 2003년 삼성 라이온즈가 세운 역대 한 시즌 최다 팀 홈런(213개) 기록을 14년 만에 갈아치운다.
당시보다 정규리그 경기 수가 11경기나 많은 것도 SK의 신기록 수립을 돕는 호재다.
SK의 홈런은 그야말로 쉴 새 없이 터진다. 4월 47개이던 팀 홈런은 5월 38개로 잠시 주춤했으나 일주일 이상 남은 6월 20일 현재 35개로 반등했다.
2003년 삼성에선 이승엽을 필두로 7명의 타자가 두 자릿수 홈런을 쏘아 올렸다.
2017년 SK에서도 홈런 선두 최정을 비롯해 4명이 정규리그 반환점을 돌기 전 10개 이상의 홈런을 쳤고, 나주환과 이홍구도 10개 돌파를 눈앞에 뒀다.
특정 선수에게 기대지 않고 여러 선수의 동시다발 대포 덕분에 팀 홈런이 크게 증가한 게 양 팀의 공통점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시 삼성에선 베테랑 3인방의 기세가 막강했다는 사실이다.
이승엽은 당시 홈런 56개를 터뜨려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작성했다. 마해영이 38개, 양준혁이 33개를 치는 등 세 타자가 전체 팀 홈런의 60%인 127개를 합작했다.
절대 강자 이승엽을 중심으로 타자로선 절정으로 향하던 30대 초중반의 마해영, 양준혁이 힘을 보태 놀라운 결과를 낳았다.
올해 SK에선 최정(24개)과 한동민(21개)이 홈런 레이스를 쌍끌이하고 김동엽(14개)과 제이미 로맥(13개)이 뒤를 받치는 모양새다.
파워에선 당시 삼성 선수들에게 전혀 뒤질 게 없으나 경험이 문제다.
지난해 에릭 테임즈(현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와 함께 홈런 40개를 쳐 공동 홈런왕에 오른 최정은 검증된 거포다.
그러나 한동민과 김동엽은 풀타임을 처음으로 뛰는 선수들이다. 로맥도 올해 처음으로 KBO리그를 경험하고 있다.
곧 닥칠 무더위에서의 체력 유지, 타격 슬럼프에서 헤쳐나오는 요령 등 이들이 넘어야 할 걸림돌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결국, SK의 팀 홈런 신기록 수립 여부는 루키 시즌을 보내는 세 선수의 꾸준함에 달렸다.
◇ 2017년 SK와 2003년 삼성 팀 홈런 비교(20일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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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SK │구단 │2003년 삼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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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20일 현재 68) │총경기 수 │1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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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시즌 후 254 추산) │팀 홈런 │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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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경기당 홈런 │1.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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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 24개 │주요 홈런 타자│이승엽 56개 │
│한동민 21개 │ │마해영 38개 │
│김동엽 14개 │ │양준혁 33개 │
│로맥 13개 │ │진갑용 21개 │
│이홍구·나주환 9개│ │브리토 20개 │
│정진기 7개│ │김한수 17개 │
│박정권 6개│ │박한이 12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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