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여성 국방장관 한달만에 전격 경질…마크롱 정치적 부담 덜어
굴라르 장관, 최근 유럽의회 보좌관 허위채용 스캔들 휘말려
마크롱 최측근 페랑 장관도 원내대표로 이동…여당 관리 중책 맡겨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총선에서 압승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스캔들에 휘말린 장관을 내각에서 전격 배제하고, 자신의 최측근 장관을 여당 원내대표로 이동시켰다.
정치적인 부담을 덜어내는 한편, 정치신인 위주로 채워진 집권당을 최측근을 통해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비아 굴라르 국방장관은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대통령에겐 공직의 신뢰 회복, 프랑스 개혁, 유럽연합 재건의 과제가 있다"면서 "이 개혁과제들은 인선에 대한 고려보다 중요하므로, 총리와 협의한 뒤 대통령께 사퇴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굴라르 장관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 의해 제5공화국의 역대 두 번째 여성 국방장관으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으나 한 달 만에 낙마했다.
소속당이 유럽의회 보좌관을 허위로 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정치적 부담을 느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굴라르 장관은 직전까지 민주운동당(MoDem) 소속으로 유럽의회 의원으로 활동해왔다.
민주운동당은 마크롱의 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와 정치연합으로 묶인 소규모 중도정당이다. 최근 이 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들이 보좌관을 허위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유럽의회 보좌관은 유럽의회가 위치한 스트라스부르나 유럽의회와 관련이 있는 벨기에 브뤼셀 등지에서 근무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해당 보좌관들은 의원들의 프랑스 내 지역구에서 다른 정치적인 업무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굴라르 장관의 갑작스러운 사임은 이 스캔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새 내각구성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총선 승리 다음 날인 19일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고, 마크롱은 사표를 수리한 뒤 곧바로 그를 총리로 재지명했다.
표현은 사직이지만 새 의회가 구성됐으므로 전에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와 장관들이 의회의 신임을 받아 재임명하는 수순으로, 헌법에 따른 재확인 절차에 가깝다.
그러나 새로운 인선은 없을 거라는 전망과 반대로 굴라르 장관이 전격 사퇴한 데 이어, 대통령의 최측근인 리샤르 페랑 영토통합부 장관도 사퇴했다.
대신, 마크롱은 그에게 여당의 원내대표라는 새로운 중책을 맡겼다.
이번에 원내에 진출한 여당 의원들의 절반가량이 정치 경험이 없는 신인들인데 이들을 이끄는 막중한 역할을 자신의 최측근에게 일임한 것이다.
페랑은 지난 대선 내내 앙마르슈의 사무총장으로 활약, 마크롱 당선의 1등 공신으로 꼽힌다.
페랑을 내각에서 뺀 것은 그가 과거 자신이 대표로 있던 지역 건보기금이 부인의 건물을 임차하는 과정에 페랑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도 관련이 있다.
페랑 역시 굴라르 장관과 마찬가지로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는데, 그를 내각에서 뺌으로써 정치적 부담을 덜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대통령의 재신임을 받은 필리프 총리는 21일 저녁(현지시간)까지 조각을 완료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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