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주포' 이강원 "월드리그는 내 인생 터닝포인트"
"소속팀 김요한 선배 떠났지만, 나는 내 역할만 제대로"
(영종도=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입니다."
이강원(27·KB손해보험)이 말한 2017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의 의미다.
월드리그 일정을 마치고 20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이강원은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도 믿기지 않는다"고 웃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5승 4패로 2그룹 6위에 올랐다.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대회 기간 내내 주포로 활약한 이강원이 목표 초과달성의 일등 공신이었다.
이강원은 9경기에서 125득점을 해 이 부문 2그룹 전체 6위에 올랐다.
소속팀에서도 주전과 백업을 오가는 공격수였던 그가 대표팀 주포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했다.
문성민(현대캐피탈), 전광인, 서재덕(이상 한국전력), 김학민(대한항공) 등 각 팀 토종 주포들이 부상으로 대표팀 합류를 고사해 위기에 빠졌던 한국 남자배구를 이강원이 구해냈다.
이강원은 "주포라는 평가를 듣는 게 아직도 쑥스럽다. 대표팀 동료들이 내가 공격에만 집중하게 많이 도와줬고 운도 많이 따랐다"고 몸을 낮췄다.
하지만 국제대회 대회에서 주포로 활약하며 얻은 자신감은 매우 크다.
그는 "높은 신장을 지닌 유럽 선수들과 계속 경기를 치렀고, 많이 막혔지만 뚫어내기도 했다. V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들 상대할 때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다"며 "공격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지나고 보니 체력적인 부담도 '좋은 경험'이 됐다.
이강원은 "시차 문제도 힘들고, 매 경기 많은 공격을 하니 체력적인 어려움도 있었다"고 털어놓으며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많이 배우자'라고 생각했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것도 좋은 경험이 됐다. 대표팀에서 많이 배웠다"고 했다.
월드리그를 시작하기 전 이번 대표팀에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강원이 주포 역할을 제대로 해내면서 대표팀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그는 "'평가가 좋지 않지만 '우리가 뭉쳐서 잘해내자'고 했는데 좋은 결과를 냈다. 약체라는 평가가 이를 더 악무는 계기가 됐다"고 떠올렸다.
이강원이 대표팀에 차출된 사이, KB손보는 토종 주포 김요한을 OK저축은행으로 트레이드했다. 그만큼 이강원의 팀 내 비중도 커진다.
이강원은 "나는 내 역할만 충실하게 하면 된다"고 했다. 겸손을 담은 말이었지만, 이강원이 제 역할을 한다면 KB손보는 김요한에 대한 미련을 빨리 떨쳐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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