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타는 가뭄에 온갖 물 다 끌어다 쓴다
정화 하수 재활용…공업용수·골프장 물까지 농가에 지원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면서 농가에 한 모금의 물이라도 더 공급하려는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정화해 하천으로 흘려보내던 물을 메마른 논에 공급하는 가하면, 기업체에서는 사용하고 남은 공업용수를 아낌없이 농민에게 내어 주고 있다.
경기 용인시의 경우 올 1∼6월 누적강수량이 123㎜로 평년의 41% 수준에 그치고, 저수율은 36%밖에 안 돼 물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84㏊의 논이 가뭄 피해를 겪고 있으며, 이 가운데 14㏊ 정도는 하루동안 전혀 급수지원을 받지 못해 농민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모내기를 못한 논도 53㏊에 이른다.
용인시가 관정개발, 양수기 공급 등 별별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는데도 물 부족을 호소하는 농가가 줄어들지 않자 이동면 송전리에 있는 하수종말처리장 물을 인근 화산리 가뭄 피해 농지 21㏊에 공급하는 비상 수단도 강구됐다.
생활하수를 정화하고 나서 하천에 버려지는 물이 하루 1천800t에 달하는 사실을 알고 기존에 설치돼 있던 5㎞ 길이의 관로를 통해 이를 메마른 화산리 논에 보내면서 어느 정도 해갈을 하고 있다.
안성용 용인시 농업기반팀장은 "한 모금의 물도 아쉬운 판에 하루 1천800t의 물이 논에 들어오니까 가뭄 피해 지역 농민들이 엄청나게 좋아하신다"면서 "이용할 수 있는 물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활용해 가뭄극복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용인에 있는 에버랜드도 가뭄 피해 극복에 힘을 보태기 위해 에버랜드가 보유한 4t 규모의 살수차 한 대를 21일부터 농가 물 공급에 투입하기로 했다.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안성시도 하수종말처리장 물을 '가뭄 구원투수'로 활용하기 위해 국·도비와 시비 등 24억 원을 들여 송수관 설치공사를 20일 시작했다.
안성시는 대덕면 중리에 있는 하수종말처리장에서 금광저수지까지 13㎞ 구간에 송수관을 설치해 가뭄에 시달리는 인근 농경지 220여㏊에 공급할 예정이다.
여주시 점동면 당진1리·2리, 현수1리, 성신1리, 장안1리, 도리 지역 농민들은 점동면과 인접한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 있는 동부하이텍이 관로를 연결해 보내준 공업용수로 지난달 20일 겨우 모내기를 끝마칠 수 있었다.
동부하이텍은 여주시가 1997년 점동면 남한강 물을 공업용수로 사용하도록 허가를 내줘 남한강물을 관로를 통해 공장까지 끌어다 쓰고 있었는데, 올해는 가뭄이 워낙 심해 농민들이 고통을 받자 선뜻 공업용수를 여주지역 농민들에게 지원했다.
모내기 이후에도 최근까지 농민들이 요청할 때마다 공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경기도 가평군 상면 상동리 농민들은 지난 6일 인근 가평베네스트 골프장으로부터 물 1만t가량을 공급받았다.
농민들이 물 부족에 시달리자 가평군이 골프장을 찾아가 골프장이 보유한 저수지(해저드) 물을 공급해 달라고 요청하자 이날 하루동안이지만 물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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