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억류 미국인 처우 어땠나…'중노동·스트레스' 증언

입력 2017-06-20 14:31
수정 2017-06-20 16:08
北억류 미국인 처우 어땠나…'중노동·스트레스' 증언

"폭력은 통상 사용하지 않아"…웜비어 사망 '이례적 사건' 분석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씨가 19일(현지시간) 숨진 사건을 계기로 북한의 미국인 억류자 대우 실태가 주목받고 있다.

북한은 보통 억류 미국인들을 재판에 부친 뒤 '적대 행위'나 '국가전복음모', '불법 국경출입' 등의 죄목을 적용해 노동교화형을 선고해 왔다. 숨진 웜비어도 지난해 3월 국가전복음모죄로 노동교화 1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동안 북한에서 억류를 당한 경험이 있던 미국인들은 북한에서의 생활이 외부와의 격리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와 중노동 등으로 매우 고통스러웠다고 증언해 왔다.

북한에서 약 2년간 억류됐다가 지난 2014년 석방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는 지난해 서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주 6일, 하루 10시간씩 고된 노동을 했다고 전했다.

평양 교외의 '특별교화소'에 수감된 그는 체중이 20㎏ 이상 빠지는 등 건강 악화로 외국인 전용 병원인 평양친선병원에서 한때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2009년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여기자 로라 링은 잡지 인터뷰에서 창문이 없는 가로 5피트(약1.5m), 세로 6피트(약 1.8m) 넓이의 방에 갇혀 있었다며 "외부 세계와 소통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 로버트 박은 43일간의 억류 끝에 2010년 2월 석방된 뒤 북한에서 고문을 당했다고 호소했고,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억류 여파로 목숨까지 잃은 웜비어씨 사례는 이전의 미국인 억류자들과 비교해 볼 때도 다소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당국은 대외적 이미지나 미국인 억류자들을 대미 협상카드로 쓸 가능성 등을 고려해 이들의 건강상태 관리에 비교적 신경 쓰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에서 활동했던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 특사는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미국인들에게 물리적 폭력을 사용하지는 않는 게 북한의 통상적인 태도"라고 말했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도 "기존 억류자들도 처우가 좋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아프면 병원 치료도 받게 하고 미국에 있는 가족과 통화나 편지 교환도 하게 해 줬다"며 "웜비어씨는 이례적인 사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북한 체류 기간에 나름대로 괜찮은(decent) 대접을 받았다고 증언한 억류자들도 일부 있었다.

2014년 석방된 매튜 토드 밀러는 북한에 도착한 뒤 최소 한 달 정도는 자신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계속 가지고 있을 수 있었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했다.

다만 국제관습법상 보장되는 권리인 영사접견권을 북한 당국이 자의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북한에서 미국의 이익대표부 역할을 하는 스웨덴 대사관 측은 웜비어씨를 1년 이상 접견하지 못했고, 이는 그의 건강상태가 뒤늦게 알려진 원인이 됐다.

kimhyo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