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중앙은행장 "고용안정 두려워말고 임금인상 요구하라"

입력 2017-06-20 10:39
호주중앙은행장 "고용안정 두려워말고 임금인상 요구하라"

"호주 포함 주요국 고용 양호…문제는 낮은 임금인상률"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중앙은행장이 호주인들에게 일자리를 대체하는 로봇이나 외국인들, 또한 고용안정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더 많은 임금을 요구하라는 이례적인 과제를 내놓았다.

주요 선진국들처럼 호주의 고용은 매우 양호한 상태지만 임금인상이 기록적으로 낮은 것이 호주 경제에 실질적인 위협 요인이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호주중앙은행(RBA)의 필립 로 은행장은 19일 수도 캔버라에서 열린 리더십 포럼에 참석해 경제 어려움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이같이 범상치 않은 주문을 했다고 호주 언론들이 20일 보도?다.

로 은행장은 연설에서 "우리 중 누군가는 경쟁이 심하다고 느끼면 아무래도 보상 요구를 덜 하게 된다"며 "안정에 가치를 두는 사람들이 약간의 더 많은 안정을 얻는 방식은 임금인상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회사도, 직원도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로 은행장은 이어 그러나 이런 생각에 노동자들이 익숙해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미국과 독일,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 4개국의 최근 실업률이 수십 년 사이 최저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중요한 문제는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하는 노동시장의 위기가 아니라 실질적인 임금상승과 관련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호주는 현재 연간 임금인상률이 1.9%에 그쳐 1990년대 이래 최저 수준일 정도로 최근 4년 이상 임금인상이 위축됐다. 실질임금은 가장 최근의 경기침체기인 약 25년 전 이래 최악이다.

중앙은행장의 이번 언급은 지속적인 임금인상 및 인플레이션 없이는 사상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를 정상화할 수 없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고 호주 언론은 전했다.

높은 가계 부채, 늘어나는 집값 부담에 시달리는 실정에서 소득 증대에 따른 가구 지출의 증가 없이 경제성장률을 3% 이상으로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중앙은행과 연방정부의 희망은 공허한 것이 된다. 올해 1분기까지 연간 환산 성장률은 1.7%다.

임금인상은 답보상태지만 호주의 고용은 양호한 편이다. 지난달 실업률은 5.5%로 4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앙은행이 완전고용으로 간주하는 실업률 5%보다 불과 0.5% 높다.

로 은행장은 호주에는 노동시간을 줄이기를 원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정규직과 파트타임 간 문제보다는 임금인상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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