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난' 싱가포르 총리, 대국민 사과…"거짓주장 단호 대처"

입력 2017-06-19 21:55
'형제의난' 싱가포르 총리, 대국민 사과…"거짓주장 단호 대처"

내달 3일 열리는 의회에서 정식으로 소명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아버지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의 유산 처리 문제로 형제들과 '진흙탕' 싸움을 벌인 리셴룽(李顯龍·65) 현 싱가포르 총리가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그러나 우상화를 위해 자택을 헐어버리라는 아버지의 뜻을 저버렸다는 동생들의 비판을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이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면서 싸움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리셴룽 총리는 19일 성명을 통해 "형제들 간에 빚어진 사사로운 분쟁으로 싱가포르 국민이 충격과 혼란을 겪었을 것"이라며 "이 분쟁으로 싱가포르의 명예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타격을 받은 데 대해 진심으로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분란이 벌어진 데 대해 총리로서 국민에게 사죄하며, 3형제의 장남으로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리 총리는 이어 아버지의 유산인 주택 처리 과정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리콴유 전 총리가 3형제에게 똑같은 비율로 유산을 분배하면서 옥슬리 로드 38번가에 있는 자택을 자신에게 물려줬지만, 이에 대해 형제들이 불만을 품게 됐다는 것이 요지다.

리 총리는 이런 불만을 의식해 처음에는 집을 국립 신경과학연구소 자문역인 여동생인 리웨이링(李瑋玲·62)에게 명목상 1달러만 받고 넘기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집을 남동생인 리셴양(李顯陽·60) 싱가포르 민간항공국 이사회 의장에게 시장 가격에 넘긴 뒤, 매각 대금을 전액 기부했다고 덧붙였다.

리 총리는 "내가 집을 소유하지도 않고 정부의 자택 처리 문제에 관여하지도 않는다"며 "동생들이 이에 만족하고 더 이상의 분쟁이 없기를 희망했지만, 결국 그들은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형제들의 주장은 총리실과 정부의 진실성에까지 상처를 입혔다"며 "싱가포르 국민에게 불행한 경험을 안긴 이런 근거 없는 주장을 묵과할 수 없다. 공개적으로 반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 총리는 다음 달 3일 열리는 국회에서 공개 성명을 통해 억지 주장을 반박할 것이며, 여당인 인민행동당(PAP)을 포함한 모든 정당 소속 의원들에게 소명해 의혹을 풀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리 총리의 두 동생은 집을 허물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어기고 이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한다고 주장해왔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에 발표한 성명에서 "아버지를 우상화하는 수법으로 '리콴유 왕조'를 만들고, 아들인 리홍이(李鴻毅·30)에게 권좌를 넘겨주려 한다. 우리는 그를 형제로서도 지도자로서도 신뢰할 수 없다"고 리 총리를 맹비난했다.

또 이들은 국가기관이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국외로 떠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몰릴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대해 리 총리는 아버지의 유언장 작성 과정에 남동생인 리셴양의 부인이자 유명 로펌 대표인 리수엣펀(59) 변호사가 개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유언장이 조작됐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맞불을 놨다.

이런 가운데 싱가포르 총리를 지낸 고촉통(吳作棟) 명예선임장관 등 원로들은 리 총리 형제간의 분쟁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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