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썼던 표현인데"…여야, 서로 '반사·부메랑' 역공
한국당, 朴정부 비판에 사용됐던 '유체이탈' 재활용
민주당, "추경은 타이밍" 표현 차용해 연일 야권 압박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정권 교체로 공수가 뒤바뀐 여야는 19일 예전 상대방이 즐겨 쓰던 표현을 그대로 차용하는 '반사화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눈길을 끌었다.
집권여당에서 제1야당으로 변모한 자유한국당은 과거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공격할 때 사용하던 문구를 동원해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인사검증이 안이해졌다'는 문 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겨냥해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꼬집었다.
정 권한대행은 "누구를 향해 안이하다고 하는 것인가. 대통령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사안에 남 얘기하듯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체이탈 화법'은 민주당이 작년까지 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며 빈번하게 사용하던 표현이다.
전날 정준길 대변인이 "귀 닫고 눈감은 문 대통령의 불통 행보가 갈수록 '접입가경'"이라며 "인사청문회 과정을 통해 임명돼서는 안 될 인사임이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하며 국민을 무시했다"고 비판한 것도 마찬가지다.
정 대변인의 논평은 지난해 9월 4일 박 전 대통령이 조윤선·김재수·조경규 장관 후보자를 임명했을 때 민주당이 논평에서 점입가경을 '접입가경'으로 오기한 것까지 그대로 인용해 비꼰 것이다.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문 대통령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에 대해 "이번 인사를 보면 과정도 공정하지 않았고 결과도 정의롭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취임 행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말한 것을 끌어와 인사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도 야당의 공세에 대응하면서 옛 여권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제출한 '일자리 추경(추가경정예산)' 처리가 국회에서 올스톱된 가운데, 지난 15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추경은 타이밍이므로 빨리 집행될수록 효과가 크다"며 시급한 통과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앞서 민주당 추미애 대표 역시 "추경의 성격상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작년 8월 당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추경은 타이밍이 생명이다"라고 강조한 것과 흡사하다.
최근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로 인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인사책임론이 불거지는 가운데서도 '부메랑 공방' 양상이 나타났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안 전 후보자의 혼인무효소송 논란과 관련, 조 수석이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대한 야권의 비판에 "이를 검증 못 했다고 민정수석에게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민정수석 방어에 '전례가 없다'는 논리를 사용한 것인데, 2015년 4월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 야당이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의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을 요구하자 새누리당은 "민정수석이 운영위에 출석한 전례가 없다"며 거부한 바 있다.
d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