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만나야해?"…워싱턴 각국 외교관 '채널확보 분투'
트럼프 변덕·정책 예측 불가…"외교관들 활동에 혼란"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미국 정치의 중심지 워싱턴DC에 주재하는 각국 외교관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접근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지난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6개월째를 맞고 있지만 워싱턴의 각국 외교관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누구와 얘기를 해야 할지 의아해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변덕스럽고 정책 예측이 어려운 데다 국무부, 국방부 등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고위직 가운데 여전히 채워지지 않은 자리가 많아 각국 외교관들이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트럼프 정부 핵심부와 선을 닿기 위해 앞을 다투고 있다는 것이다.
조지워싱턴대학의 정치 역사학자인 매슈 달릭은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 변덕스럽고, 어떤 핵심 약속에도 얽매이지 않아 참 신뢰하기 어렵다"면서 "그것이 전통적인 정치적 수완이나 외교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워싱턴주재) 외교관들이 외교활동을 하는데 더 많은 혼란을 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현직 국무부 관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블랙박스다. 일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면서 "일부 관료들은 할 것이 거의 주어지지 않거나 배척당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동맹을 비판하고 적대국의 비위를 맞추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행동'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 고위관료들이 NATO나 한국 등 '불안해 하는' 상대국에게 "트럼프는 동맹을 신뢰한다"며 안심시켜줘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최근 카타르를 상대로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단교조치를 취한 것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 등의 손을 들어주는 취지의 언급을 하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카타르를 달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 대표적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구인 크리스 루디는 워싱턴 주재 많은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조언을 구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일자리를 늘리는 데 혈안이 돼 있고, 미국 경제를 살리기를 원하며, 미국이 무역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해줬다면서 "그들은 자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로 러스트벨트(쇠락한 산업지역) 등과 같은 데서 일자리를 창출하면 트럼프 대통령을 크게 기뻐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주재 외교관들 가운데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채널 구축을 위한 방안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와 맏사위 제러드 쿠슈너와 전화 핫라인을 구축했고,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아첨이나 과도한 칭찬에 의지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틸러슨 국무장관이나 매티스 국방장관,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고위급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칭찬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또 일부는 악수 등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 양태에서 단서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직 국무부 고위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에서 그 어떤 대통령보다 노골적"이라면서 "외교관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때 이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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