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부모가 없애버린 주민등록 되찾아준 경찰
(남양주=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부모의 가정폭력을 이기지 못해 집을 나왔지만, 주민등록이 말소돼 어려움을 겪던 여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되찾았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A(20·여)씨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상습적인 폭행과 학대, 폭언에 시달리며 살았다. 지난해 말에는 경찰까지 출동할 정도로 폭력이 심했다. 결국 A씨는 올해 초 성인이 되자 옷가지 몇 벌만 챙겨 무일푼으로 집을 나왔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겹게 생계를 꾸리던 A씨는 지난 3월 갑자기 몸이 아파 응급실을 찾았다가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주민등록이 말소돼 기본적인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A씨의 주민등록을 없애버린 이는 다름 아닌 세대주인 아버지였다.
A씨는 말소된 주민등록을 회생시키고 싶었지만, 혹시나 재전입 과정에서 부모가 자신의 위치를 알게 돼 찾아올까 봐 망설였다. 국민으로서 기본적인 보호조차 받지 못하게 된 A씨는 절망에 빠졌다.
가정폭력이 발생했을 때부터 A씨의 사례를 지켜봐 온 경기 남양주경찰서는 사연을 듣고 돕기로 했다.
먼저 A씨가 사는 지역 동사무소를 함께 찾아 주민등록을 다시 할 수 있도록 도왔다. 혹시나 부모가 주민등록번호를 조회해 A씨를 찾는 일이 없도록 심의를 통해 뒷자리를 바꾸고, 등본과 초본을 열람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또, 지방경찰청 범죄피해 지원센터에 A씨의 사례를 알리고 지원을 요청했다. 보통, 살인이나 강도 등 강력범죄 피해자들이 지원을 받지만, A씨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이 자필 편지까지 써서 호소한 끝에 생계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에게까지 상처를 입은 사연이 너무 안타까웠는데,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며 "A씨가 아픔을 딛고 스스로 사회 속에서 설 수 있도록 계속 지켜보며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jhch79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