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천재·집단학살 생존자…마크롱 사단 이색의원들 눈길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프랑스 총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가 압승을 거두면서 이색 이력을 지닌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의회에 입성하게 됐다.
19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 가운데는 수학천재에서부터 집단학살 생존자까지 그동안 프랑스 정치권에서 볼 수 없었던 유형의 인물들이 여럿이다.
이들은 부패하고 무능한 기성 정치권을 갈아엎겠다는 목표로 공천자의 절반을 선출직 경험이 전무한 정치 신인으로 채운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 실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2010년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은 수학자 세드리크 빌라니다.
단발머리와 헐렁하게 묶은 나비넥타이 등 독특한 스타일을 자랑하는 44세의 세계적인 수학자다.
그는 지난 1차 투표에서 47.46%를 득표했고, 결선에서는 70%에 가까운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다.
르완다 태생의 27세 경제학자 에르브 베르빌도 눈에 띄는 인물이다.
그는 80만 명이 숨진 1994년 르완다 집단학살의 생존자로, 프랑스 가정에 입양돼 자랐고, 런던정치경제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당선은 백인 남성이 장악한 프랑스 의회의 틀을 깨는 데 일조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배르빌은 결선 투표에 앞서 페이스북에 "엄청난 도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절대다수가 필요하다. 그래야 정부가 행동할 수 있다"고 썼다.
모로코 이민자의 아들인 33세 IT 기업가 무니르 마주비는 사회당 당 대표인 장크리스토프 캉바델리를 꺾고 당선됐다.
그가 출마한 선거구는 파리의 노동자 계층이 많은 사회당의 아성으로, 캉바델리가 지난 20년간 의석을 지켰던 곳이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프랑스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던 그는 마크롱 정부 출범과 함께 디지털 담당 국가비서에 임명되며 현 정부 최연소 장관에 올랐다.
그는 지난 대선 기간 마크롱의 디지털 선거운동을 고안하고 선거캠프 해킹 공격 대응에 참여했다.
34세 여성 브륀 푸아르송은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텃밭에서 상대 후보를 421표 차로 제치고 승리했다.
미국 하버드대와 런던정경대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고문으로 활동했다.
그는 지난 1월 마크롱 대통령이 당원들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더 많은 여성이 의원 후보로 나설 것을 촉구하는 것을 보고 출마를 결심했다.
오로르 베르지는 올해 초 보수정당인 공화당을 탈당해 LREM에 합류했다.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알랭 쥐페 전 총리 캠프에서 일했다.
오로르는 이번에 출마한 파리 서부 지역구에서 지방의원을 지냈으며, 지난해 성차별적 발언을 한 동료 의원들을 맹비판해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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