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억제 효과 기대…투기 억제엔 충분치 않을 수도"(종합)
금융전문가 "전체 경기 둔화도 우려…한계가구 위한 금융·복지 대책 강화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박의래 기자 = 금융권의 전문가는 정부의 주택안정 대책이 가계부채 문제를 완화하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강화함에 따라 대출 증가 속도가 감소하고 무리한 부동산 투자를 어느 정도 억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예상했던 수준에 그쳤고, 자금력을 바탕으로 하는 투기 세력을 억제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주택 시장 과열의 근원지로 지목된 강남 집값을 잡는 근본적인 처방은 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주택 시장 과열을 막겠다는 의도와 달리 LTV·DTI를 규제로 인해 취약계층의 제2금융권 대출이 늘어날 우려가 있으니 대출 수요 자체를 줄이는 근본적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 "가계부채에 효과 기대…강남 집값 근본 대책은 공급 늘리는 것"
- 한국금융연구원 중소서민소비자보호연구실 신용상 선임연구위원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LTV·DTI를 강화하는 것은 재건축 시장에 상당히 충격이 있을 것 같다. 비록 일시적이지만 초과이익환수제 때문에 재건축을 올해 안에 하려고 하는 현상이 있어 집단대출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주비·중도금·잔금에 모두 적용하니 가계대출 속도 조절 효과가 있을 것 같다. 분양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상당 폭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미분양이 생길 수도 있다. 가계대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아울러 실수요자에게도 약간의 충격이 있을 수 있다 큰 방향에서는 족집게 규제가 맞는 것 같다.
대책은 예상했던 정도의 수준이다. 다만 가수요가 폭발하는 강남지역에서 작년 11·3 대책 이후에도 주택 가격이 올랐던 것은 규제로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뿌리 깊었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를 포함해서 강남지역에 대한 수요는 향후에도 탄탄하다.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공급을 늘리는 것이 근원적인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강남은 주로 재건축이므로 공급을 늘리다 보면 층수가 높아지고 기존 조합원의 개발 이익이 급증하므로 이런 방안을 쓰면 단기적으로 주택 가격을 굉장히 높일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기부채납이나 초과이익환수 등으로 대응해야 한다.
보금자리론을 받는 서민이나 실수요자는 이미 LTV가 60∼70% 사이에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지원도 필요하고 모니터링도 필요하다.
최근에는 대외 부문 경기(수출)가 많이 회복됐지만 그 이전에는 건설이 우리 경기를 이끌었다. 이번 대책으로 인해 건설경기가 내년쯤에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
◇ "LTV·DTI 강화 2∼3년 유지가 관건"
-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LTV·DTI를 강화하므로 가계부채에는 영향이 있을 것이다. 집을 살 때 빌릴 수 있는 돈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까지 분양 물량이 많았다. 기존 대출에는 적용이 안 되므로 이미 집단대출이 진행 중인 대출들은 계속 나가기 때문에 당분간은 가계부채 자체가 줄어들기보다는 증가율이 둔화하는 식으로 갈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정책이 계속 유지된다면 2∼3년 후에는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때까지 이 정책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분양권 전매 제한이나 재건축 조합원 주택 공급 수 제한은 투자 수요를 위축시킨다. 분양권 전매를 등기 시까지로 제한하면 그만큼 분양권을 오래 들고 있어야 해 투자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재건축 조합원 주택 공급 수 제한은 같은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투자를 줄이게 하니 역시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이런 움직임 역시 가계부채 증가 억제 효과가 있다.
다만 이로 인해 전체 경기가 둔화할까 하는 점이 걱정된다. 수요가 줄어들면 건설투자가 위축되고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경기 상황을 보면 회복세지만 주로 건설투자에 의존하고 있고 대외 경기는 다시 악화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체 경기가 둔화하면 다시 주택 가격 하락으로 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이것이 금융기관의 시스템 리스크로는 가지 않을 것 같다.
특히 한계가구 등 취약계층이 우려된다. 금리도 올라가는 상황에서 경기가 둔화하면 한계가구는 살아가기가 더 어려워진다. 한계가구를 위한 각종 금융, 복지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지금처럼 가계부채 질 개선을 위한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 장기분할상환으로 전환되도록 노력하고, DSR 시스템을 더 정교하게 만들어 실제 돈을 갚을 수 있는 사람에게 대출이 이뤄지도록 관리해야 한다.
◇ "투기 수요 잡기에는 무리"
-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장
그간 주택 경기를 끌어올린 것은 투기적 수요가 많아서인데 이를 억제하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 같다. 금리 상승기에 들어서면 효과가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게 되면 장기적으로 대출 증가세가 조금 둔화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다만 장기적으로 LTV·DTI를 강화한다고 해서 투기적 수요가 사라질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전반적으로 가계대출이 줄어드는 계기는 될 것 같다.
현재 시장금리는 많이 올라간 상태지만 이는 기준금리 인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 대외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다. 기준금리가 한두 번 올라가게 되면 대출금리가 기준 자체가 올라가면서 상환 부담이 커지고 이를 차주들이 느끼게 되면 주택 매각 등 생길 것이고 자연스럽게 대출 수요도 줄어들 것이다.
실수요자나 서민은 규제를 강화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이들이 한도인 70%까지 대출받는 경우 나중에 이자 상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고 금리 상승에 더 취약할 수도 있다. 실수요자라고 하더라도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 주택을 사는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능력으로는 재산·소득 수준에 비춰 당장 주택을 구입할 수 없거나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저금리로 주택을 사는 것도 일종의 가수요로 볼 수 있다. 그런 것을 억제할 대책이 필요하다. 주택 가격 불패의 신화를 생각하며 지금 사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므로 가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냥 두면 또 다른 취약계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
투기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자금이 충분하므로 투기 수요 자체를 확실히 잡을 수 있는 대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일반 서민이나 실수요자가 될 수 있다. 그간의 경제 성장을 건설경기, 부동산이 상당히 지탱했으므로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서 부동산 경기를 꺼지게 하는 정책을 펴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강력한 대책은 아닌 것 같다.
◇ "풍선효과로 취약계층 제2금융권 대출 증가할 수도"
-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예상했던 수준의 정책이 나왔다. 포괄적이고 강한 대책이라기보다는 미시적인 분석에 기반을 두고 점진적으로 시행하는 대책이라고 본다. 정부가 계속 부동산 시장을 옥죌 것으로 예상하므로 그만큼 투기수요가 억제되고 전반적인 대출 시장도 경색될 것이다. 일단 총량 차원에서 가계부채 증가세는 꺾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렇게 부동산대책으로 가계부채를 관리한다는 것은 반대한다. 부동산 시장이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만,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전체 가계부채에서 부동산대출의 비중은 매우 크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출로 분류된다. 반면 자영업자나 한계가구 대출은 부동산대출보다 규모는 작아도 부실화 가능성은 크다. 이 때문에 총량 차원에서 증가세가 둔화할 수 있어도 가계부채의 리스크를 줄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 자금문제를 해결했던 자영업자나 취약가계는 LTV·DTI 강화로 담보 대출이 아닌 2금융권 대출로 옮겨갈 수 있다. 풍선효과가 더 뚜렷해져 리스크는 더 커질 수 있다. 이러면 오히려 이번 대책이 가계부채 리스크를 악화시킬 수 있다.
가계부채 리스크를 줄이려면 이런 부동산대출을 관리하는 것도 맞지만, 자영업자·한계가구 대출을 관리해야 한다. 그 방법은 취약계층의 소득을 늘리거나 자영업자 부담을 줄여 이들의 대출 수요를 줄여줘야 한다. 제도로 해결하는 부동산대출보다 더 어렵고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다만 이들을 위한다고 갚을 능력도 안 되고 의지도 없는 사람에게 무분별하게 대출해주는 식으로 서민금융을 강화하기보다는 개인 회생 정책을 더 강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