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불씨 다시 불붙나…전국법관 98명 '판사회의' 시작

입력 2017-06-19 10:28
사법개혁 불씨 다시 불붙나…전국법관 98명 '판사회의' 시작

8년 만에 전국 규모 회의…사법행정권 남용 책임·판사회의 상설화 논의



(고양=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전국 법원의 '대표 판사'들이 모여 사법개혁을 논의하는 '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19일 시작됐다.

전국 규모 판사회의가 열리는 것은 2009년 신영철 전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시절 촛불집회 관련 재판 진행에 간섭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이후 8년 만이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사법부 내 '개혁 불씨'가 불붙을지 주목된다.

전국 법원에서 선발된 대표 판사들은 이날 오전 10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 3층 대형 강의실에 모여 본격적인 회의에 들어갔다.

참석자는 임용 29년 차인 민중기(58·사법연수원 1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부터 올해 2월 법원에 들어온 차기현(40·변호사시험 2회) 서울중앙지법 판사까지 총 98명이다. 당초 100명이 참석 예정이었으나 2명이 불참했다.

이번 회의에는 진보 성향 판사들이 많이 속한 법원 내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과거 박시환 전 대법관 등 진보 성향 판사들이 만든 연구단체인 '우리법연구회'의 후신 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인권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낸 김명수(58·15기) 춘천지법원장,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은 우리법 출신이기도 하다.

8시께부터 사법연수원 건물에 하나둘씩 도착한 판사들은 굳은 표정으로 회의실로 입장했다. 오전 9시부터는 이들에게 회의 자료가 배부됐다.

회의 시작 이후엔 회의를 대표할 의장과 간사를 선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는 이날 오후까지 계속된다.



이모(39) 판사의 사표 파동으로 불거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촉발된 이번 회의는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 평가와 재발방지책 등을 논의한다.

판사회의를 상설화하는 방안도 논의한다. 이는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사법행정·인사권에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통로를 제도화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법원 외부에서 볼 때 '판사회의 상설화'가 자칫 '판사 노조'로 비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회의 공보를 맡은 송승용(43·29기)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약 10명 정도가 발제할 예정이며 "토론을 해 공통 안이 도출된다면 채택 결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번 법원 진상조사위원회는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가 이 판사를 통해 법원 내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법관인사 개혁' 관련 세미나를 축소하도록 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판사들이 조사가 미진했다고 반발하자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달 17일 법원 내부망에 '현안과 관련해' 판사들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해 회의가 열리게 됐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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