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뇌질환 헌팅턴씨병 치료제 실마리 찾았다"

입력 2017-06-19 12:00
"퇴행성 뇌질환 헌팅턴씨병 치료제 실마리 찾았다"

KIST·美 보스턴의대 연구진, 치료제 개발 가능성 제시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한국과 미국 공동연구진이 퇴행성 뇌질환인 '헌팅턴씨병'(Huntington's disease)을 치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미국 보스턴의대 연구진은 동물 실험으로 헌팅턴씨병의 치료제 타깃을 찾았다고 19일 밝혔다.

헌팅턴씨병은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자율 신경계에 이상이 생기고 운동장애, 인지능력 상실, 자살 충동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환자의 손과 발이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움직여 '헌팅턴 무도병'이라고도 불리는데, 현재까지 증상을 호전시키는 약물이나 치료법은 없다.

지난 연구에서 연구진은 헌팅턴씨병 환자의 뇌에는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주는 '히스톤메틸화효소'의 양이 유독 많음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초파리와 쥐를 이용해 이 효소의 영향을 확인했다. 효소의 양을 증가시킨 초파리와 쥐는 모두 마치 헌팅턴씨병에 걸린 것처럼 신경세포의 크기가 줄어들고 운동장애가 나타난 것이다.

이어 이 쥐에 효소의 기능을 억제하는 항암제 노갈라마이신(nogalamycin)을 투여하자 신경세포의 크기가 정상과 비슷해지고 운동능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효소가 치료제의 타깃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류훈 KIST 박사는 "이번 연구는 헌팅턴씨병에서 보이는 신경세포의 손상과 행동장애를 완화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라며 "치매, 파킨슨병 같은 다른 퇴행성 뇌질환에 대한 이해와 치료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 사용한 항암제의 경우 고농도로 쓸 경우 세포 독성을 보이므로, 앞으로 부작용이 적은 유사 약물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KIST 기관고유사업 지원으로 수행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신경병리학회보'(Acta Neuropathologica)에 7일자로 실렸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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