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등 피하면 '이탈리아 자전거 종주' 공약 지킨 사령탑
FC크로토네 니콜라 감독, 9일 동안 1천300㎞ 레이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피곤하냐고요? 아무런 고통도 없습니다. 동화 같은 멋진 여행이었습니다."
지난 5월 2016-2017시즌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최종전에서 승리하며 극적으로 1부리그 잔류에 성공한 FC크로토네 감독이 '강등을 피하면 이탈리아를 자전거로 종주하겠다'는 공약을 실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9일(한국시간) "FC크로토네의 다비데 니콜라(44) 감독이 크로토네부터 토리노까지 1천300㎞에 달하는 이탈리아 자전거 종주를 마쳤다"라며 "지난 4월 선수들에게 2부리그로 강등을 피하면 자전거 종주를 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지켰다"라고 전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무대에서 하부리그를 전전하던 FC크로토네는 2015-2016 시즌 세리에B(2부리그)에서 '깜짝' 준우승하면서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지난 시즌 세리에A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승격의 기쁨도 잠시. FC크로토네는 시즌 초반 10경기 동안 무승(2무8패)의 부진에 빠지면서 '강등 1순위'로 손꼽혔고, 개막 이후 2개월여 만에 첫 승리를 따냈지만, 앞날은 어두웠다.
FC크로토네는 시즌 막판으로 접어든 3월 말까지 따낸 승수는 고작 3승이었다. 누가 봐도 강등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때 니콜라 감독은 선수들에게 재미있는 제안을 했다.
니콜라 감독은 지난 4월 2일 키에보 원정에서 2-1 승리하고 나서 선수들에게 강등을 피하면 이탈리아를 자전거로 종주하겠다는 공약이었다.
신기하게도 FC크로토네는 정규리그 최종전까지 9경기에서 무려 6승을 따내는 기적을 일으켰다.
마침내 FC크로토네는 17위(승점 34)로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기적적으로 강등을 피했고, 니콜라 감독은 이탈리아 남부의 크로토네부터 북부인 토리노까지 9일 동안 자전거로 1천300㎞의 일주를 기분 좋게 마쳤다.
니콜라 감독에게는 자전거와 얽힌 좋지 않은 기억도 있다. 2014년 7월 당시 14살이던 아들이 집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버스와 충돌해 사망했다.
니콜라 감독은 "공약을 지켜서 기분이 매우 좋다"라며 "더불어 사람들에게 도로에서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도 제기했다"고 말했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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