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리포트] 구글이 새너제이로 가는 이유
800만㎡ 연구 단지 프로젝트 추진…"직원들 교통문제 해결 최우선"
"디리돈 스테이션 교통 허브 되면 하루에 열차 600편 통과"
(새너제이<미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구글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산호세)에 800만㎡의 대단위 연구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북캘리포니아주 베이에어리어 남쪽에 있는 새너제이는 미국의 10대 도시 가운데 하나지만, 스탠퍼드대가 위치한 팔로알토, 애플 본사가 있는 쿠퍼티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도시로 꼽혀왔다.
5∼6년 전부터는 공유경제 개념의 스타트업인 에이비앤비와 우버 등이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면서 차세대 IT의 본거지가 실리콘 밸리 북쪽의 샌프란시스코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애플과 페이스북 등이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해 오던 개발자회의를 올해부터는 새너제이로 장소를 옮겼고, 구글이 새너제이에 대규모 대중교통 중심 연구단지 조성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다가올 AI 시대의 중심은 새너제이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새너제이 시 당국과 시의회는 오는 20일 지방정부가 소유한 16곳의 부동산을 구글에 매각하는 방안을 최종 심의한다.
그러나 시 당국이 구글 유치를 간절히 원하는 실정이어서 심의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할 뿐이다.
2만 명 안팎의 구글 직원이 상주하게 될 이 프로젝트가 완성될 경우 북캘리포니아주 최대의 부동산 개발공사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이 지역 최대 건설공사는 지난 2000년 시작된 샌프란시스코 '미션 베이' 재개발이었지만, 구글의 새너제이 개발은 그 규모가 미션 베이의 2배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구글이 새너제이에 복합 연구단지를 조성키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직원들의 교통 편의 때문으로 알려졌다.
샘 리카도 새너제이 시장은 지역 신문인 머큐리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IT를 이끌어 가는 젊고 창의적인 인재들은 어느 직장에서 일할지를 결정하기에 앞서 어디에서 살 것인지를 우선 고려한다"며 "그들은 역동적인 도심 환경에서 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IT 붐으로 실리콘 밸리 지역의 인구가 급증하면서 출퇴근 시간대에는 주요 도로가 거의 마비 상태가 되곤 한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실리콘 밸리 고급 기술인력의 가장 큰 고충이 살인적인 교통난으로 출퇴근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라는 응답도 있었다.
구글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을 '교통 중심'으로 정한 이유다. 구글은 800만㎡에 바트(BART)와 암트랙, 캘 트레인, 그리고 주 당국이 건설 중인 고속 철도망을 연동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관계자는 "교통 허브 개념은 구글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연구단지 프로젝트를 새너제이 도심의 디리돈(Diridon)역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구글과 새너제이시 간의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디리돈 역은 하루에 600편의 열차가 지나는 서부의 그랜드 센트럴 스테이션(뉴욕의 최대 기차역)이 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현재 새너제이에는 이베이, 시스코 시스템즈, 어도비 등의 IT 기업이 본사를 두고 있지만, 구글 연구단지와 함께 편리한 대중교통 허브가 조성되면 앞으로 더 많은 IT 회사들이 새너제이로 옮겨오게 될 것이라고 머큐리 뉴스는 전망했다.
리카도 시장은 "구글의 연구단지는 새너제이 시에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리콘 밸리의 미래와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향후 IT의 미래를 AI라고 말한다. 구글이 이 연구단지를 AI 중심기지로 조성할 경우 관련 스타트업들이 봇물 터지듯 새너제이로 들어오면서 새너제이가 AI의 중심지로 떠오를 것이라는 게 리카도 시장의 생각이자 희망이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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