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잠든 시간 '꽝' 소리와 함께 바닷물이 밀려들었다"

입력 2017-06-18 22:27
"모두 잠든 시간 '꽝' 소리와 함께 바닷물이 밀려들었다"

'충돌' 美이지스함 생존자 증언…"'침착대응' 승조원들 자랑스럽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모두 잠들어 있는데 '꽝' 하는 충돌 소리가 귀를 찢었고 곧바로 바닷물이 밀려 들어왔다."

지난 17일 새벽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앞바다를 지나던 미 해군 이지스함 '피츠제럴드' 승조원들은 18일 현지언론과 인터뷰에서 사고 당시를 이같이 회상했다.

사고는 이지스함이 도쿄 남서쪽 시즈오카현 이즈(伊豆)반도의 이로자키(石廊崎) 남동쪽 약 20㎞ 앞바다에서 요코스카(橫須賀)기지를 향해 가던 새벽 1시 30분께 발생했다.

오른쪽에서 다가오던 필리핀 선적 컨테이너선과 이지스함이 강하게 충돌한 것이다. 당직 승조원 이외는 모두 깊은 잠에 빠진 때였다.

"바닷물이 무섭게 밀려들었다. 대응할 틈이 별로 없는 급박한 순간이었다. 잠에서 깬 승조원들이 현명하게 대처해 위기를 벗어났다. 승조원들이 자랑스럽다."

조지프 오코인 미 제7함대 사령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고 당시를 되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이지스함의 오른쪽 해수면 아래 부분에 충돌로 큰 구멍이 생기면서 116명의 승조원들이 잠자고 있던 거실 부분에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이지스함 함장인 브라이스 벤슨 중령의 방도 완전히 파괴됐다. 그는 겨우 침수된 방에서 빠져 나왔지만 부상을 당해 헬기로 요코스카 해군병원으로 실려가 치료를 받았다.

오코인 사령관은 "(그가) 목숨을 구하게 된 것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고 당시 이지스함에는 300여 명의 승조원이 타고 있었다. 대부분 발 빠른 대피로 목숨을 구했지만 7명은 안타깝게도 침수된 거주 공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상자도 3명 있었다.

미 해군 관계자는 "이지스함에는 미국에 가족을 둔 젊은 독신 승조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사고 소식이 보도된 뒤 승조원 가족으로부터 미 해군의 연락용 전화번호로 안부 확인 전화가 500여 건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은 이날 피츠제럴드의 손상된 우측 선체 부분을 언론에 공개했다.

취재진은 피츠제럴드 우현에서 100m 떨어진 해안에서 피해 상황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피츠제럴드는 우현 가운데 부분은 대파됐고, 선체도 우측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해수 유입에 따른 침수를 막기 위해 호스를 이용한 배수작업이 계속되고 있었다.



choina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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