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외교부·검찰 개혁 직접 주문…"체질 바꿔라"

입력 2017-06-18 18:47
文대통령, 외교부·검찰 개혁 직접 주문…"체질 바꿔라"

외교부에 외시 중심 폐쇄적 구조 바꿔 다양한 인재 수혈 강조

검찰조직에 '정치검사 줄서기' 비판…법무부 '인권 기능' 강화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조직 가운데 가장 폐쇄적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는 외교부와 검찰 조직을 향해 직접 '개혁'을 주문하고 나섰다.

18일 오후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다.

지난 수십여년간 주로 외무고시와 사법고시 등 특정한 '등용문'을 거쳐 배출된 인재들이 당연스럽게 요직을 장악해온 두 조직의 '체질'을 새롭게 바꿔놓겠다는 강한 의지를 확인한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오랫동안 외교분야의 역량 강화와 검찰 개혁을 구상해왔음을 보여주듯이 두 조직의 '적폐'와 개혁의 방향성을 뚜렷이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강 후보자가 앞으로 진두지휘할 외교부 조직의 '폐쇄성'과 '한계'를 날카롭게 지적했다. 뛰어난 인재들이 몰려들었음에도 내부 조직문화와 구조적 문제로 인해 국력과 위상에 걸맞는 외교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진단이다.

문 대통령은 "아마 순도로 따지면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여있는 곳이 외교부가 아닌가 싶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렇게 훌륭한 엘리트들이 많이 모여있는데도 우리 외교역량이 우리나라의 어떤 국력이나 국가적 위상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한다는 판단이 많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물론 우리 외교를 둘러싼 대외적 환경도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다 우리 외교부 공무원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여러가지 국회와 정치적 상황, 남북이 분단된 상태여서 외교부가 마음대로 상상력을 펼치지 못하는 제약이 많다. 그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다양한 인재의 유입을 제약하고 있는 외교부 내부의 폐쇄적 조직문화가 외교의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외교부 분들이 좀 더 분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외무고시 중심으로 폐쇄적인 구조"라고 말했다. 이는 외교부가 2013년부터는 외교관 채용시험을 국립외교원의 입학 시험격인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으로 바꿨으나 여전히 주류는 외시 중심의 조직문화에 물들어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우리 외교가 '4강(强) 외교'에 갇혀있다고 지적하면서 새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에 전환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다양한 외교적 수요와 국제사회의 흐름에 따라 지역 외교의 지평을 미·중·일·러 4대국 중심에서 탈피하고 유럽연합(EU)과 아세안, 아프리카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주문이다.

문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의 개방 폭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외교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높이려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대사들 임명도 조금 더 개방해서 민간 전문가들, 또 여성들에까지 넓히면 우리도 빠르게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현재 10%대 수준에서 재외공관장을 개방하고 있는데 그 비율을 훨씬 더 높이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문 대통령의 외교부 개혁은 인력을 축소하거나 조직을 대개편하는 '수술' 차원보다는 '역랑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외교부 공무원들이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개혁의 주체가 되어 외교부를 바꿔나가야 한다"며 "국가적으로 뒷받침해주겠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의 초대 외교수장이 된 강 장관은 문 대통령의 개혁 구상에 공감하면서 외교부 인력 충원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강 장관은 "조직 내에 문화를 크게 바꿔놓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며 "절대적 인원을 늘려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인적 구성을 다양화하는 증원은 대통령께서 하는 말씀과 같은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강 장관 임명식에서 외교와는 거리가 있지만 검찰 조직에 대한 개혁 의지도 구체적으로 피력했다. 일부 검사들의 '정치적 줄서기'를 작심하고 비판하면서 최근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의 사퇴와 관계없이 개혁의 고삐를 더욱 다잡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다수 검사들은 정말 노련하게 사회적 의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왔다"며 "문제가 있다면 그 중의 일부 정권에 줄서기 했던, 극소수의 정치검사들에게 문제가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무작정 조직 전체를 '물갈이'하기 보다는 정치적 편향성을 띨 수 밖에 없는 검찰조직의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민주적 통제'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지 않도록 민주적인 통제가…(있어야 한다). 그런 검찰로 거듭나는 것이 국민적 요구"라고 강조했다. 이는 법무부와 검찰 조직을 끌어가는 리더십을 '문민화'하겠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함께 법무부가 검찰 중심에서 벗어나 인권옹호와 같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내놨다.

이는 앞으로 법무부가 본연의 기능인 '인권'을 중시하는 쪽으로 조직변화가 있을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당장 안 후보자 사퇴에 따른 후임 법무장관 인선에서도 중요한 키워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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