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대로 康 임명한 文대통령…'대통령-野 대결구도' 시각 부정

입력 2017-06-18 18:32
예고대로 康 임명한 文대통령…'대통령-野 대결구도' 시각 부정

"정상외교 시급" 국정공백 최소화 의지…추가인선은 속도조절 할 듯

'선전포고' 규정 野비판 속 '협치 진심' 강조…청문·추경 협조 절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당초 예고했던 대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임명했다. 지난달 21일 내정한 지 28일 만이다.

이로써 현행 정부 조직상 17개 부처 중 5개 장관이 임명됐다. 새 정부에서 국회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장관이 임명된 사례는 강 장관이 처음이다.

그만큼 강 장관 임명이 시급하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엿보인다.

강 장관에 대한 임명은 열흘 앞으로 다가온 한미정상회담이라는 외교적인 급박성이 주원인이다. 한미정상회담 직후에는 독일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고 이 계기에 중국·일본 등과의 양자 정상회담도 잡혀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강 장관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코앞에 닥쳐왔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여러 정상과 회담이 있어서 외교부 장관 자리를 도저히 비워둘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 쪽에서도 널리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이 이날 임명되긴 했지만 주무 장관으로서 한미정상회담 준비 기간은 불과 열흘 남짓에 불과할 정도로 시간이 빠듯한 실정이다.



강 장관 임명은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퇴 직후여서 인사 난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시그널로 해석될 여지도 있지만, '낙마 쇼크' 이전에 강 장관 임명이 예고된 점을 고려하면 국정 공백 최소화 의지에 따른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비록 안 후보자가 여러 도덕적 논란으로 사퇴했지만, 강 장관 임명과는 별개라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강 장관을 임명하면서 국회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하게 된 상황을 거론하며 "유감"을 표했다.

여기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문 대통령이 강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대통령과 야당 간 인사에 관한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그게 마치 선전포고라든지 강행이라든지 또 협치는 없다든지 마치 대통령과 야당 간에 승부·전쟁을 벌이는 것처럼 하는 것은 참으로 온당하지 못하다"고 언급한 대목이다.

야당이 대통령의 생각과 달리 강 장관 임명을 반대할 수 있지만 이를 관철하지 못했다고 해서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다.

야당이 강 장관 임명을 '협치 포기 선언'으로 규정하면서 국회 일정 보이콧과 원내투쟁 등 강경 일변도의 반응을 내놓은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누차 강조한 것처럼 대통령은 국회의 인사청문과 국민의 뜻을 종합해 판단하는 데, 야당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것을 대통령과 국회의 대결구도로 연결짓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미처 알지 못한 것을 (인사)청문과 국민이 알려주면 대통령은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의 뜻을 살펴 지명을 철회할 수도 있고 유지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며 "안 후보자의 경우 자진 사퇴였지만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고 국회와 국민의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국정이 안정된 시기의 인사와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시기에 개혁을 위한 인사는 많이 다르다"면서 집권 초 인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야당의 태도에 대한 '섭섭함'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협치의 끈은 놓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도 문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야당 당사를 방문하고 원내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사실을 거론하며 "대통령이 국민께 보여드린 협치와 의회 존중의 진심을 있는 그대로 받아달라"고 했다. 강 장관 임명이 야당과 각을 세우기 위한 게 아님을 알아달라는 호소인 셈이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처럼 야당의 스탠스를 비판하면서도 협치에의 '진심'을 강조한 것은 향후 줄줄이 남은 장관 인사청문은 물론 제1 공약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경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법무·산업통상자원·보건복지부 등 공석인 3곳에 대한 장관 인선도 검증 강화를 통한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안경환 낙마'로 더욱 정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장관 인선을 서둘렀다가는 '정면 돌파' 시그널로 야당에 비칠 수 있다는 해석이다.

honeyb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