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대대적 혁신 예고…외교 다변화 가속화하나
'외시·북미라인' 중심 벽허물기 착수할듯…직원들 긴장·기대 공존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과 함께 대대적인 외교부 개혁 작업이 예고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강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외교부가 지나치게 외무고시 중심의 폐쇄적인 구조로 돼 있다"며 "4대국을 넘어 외교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지나치게 외무고시 선후배 중심으로 폐쇄적인 구조로 돼 있는 것이 외교 역량이 더 커지지 못하는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관성적인 4대국 중심 외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외교부 직원들을 개혁 대상이 아닌 주체로 규정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에 따라 강 장관은 앞으로 외교부 조직 개혁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권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강 장관 임명을 강행한 만큼 목표한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단 강 장관이 수여식 자리에서 "인적구성 다양화", "조직내 문화를 크게 바꿀 필요성" 등을 언급한 만큼 '외무고시', '북미국' 등 키워드로 상징되는 외교부 내 주류와 비주류의 벽을 허무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외교관 출신 외교부 장관은 대부분 대미 외교에 잔뼈가 굵은 북미국 경험자로, 미국 전문가들의 요직 독점은 안정적으로 외교를 끌어가는 데 도움이 됐지만 외교 다각화를 통한 지평 확대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반면 강 장관의 경우 스스로가 70년 외교부 역사의 첫 여성 외교사령탑으로 외교부 내 주류로 통하는 대미 분야 전문가가 아닌 데다 외무고시 출신도 아닌 만큼, 외교부 내 조직 구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서도 강 장관은 학계 출신 인사와 달리 외교부에 다년간 근무했다는 점에서 외교부의 문제점과 개혁 필요성 등을 체험으로 아는 상황이기에 일정 수준 외교부 내부의 공감대를 확보해나가며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 장관은 우선 향후 인적구성 다양화를 통해 외교부 내 무게 중심을 자연스레 기존의 대미 외교에서 대 유럽연합(EU), 아세안, 아프리카 등 지역 외교로 이동시킴으로써 외교 다변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우리 안보의 핵심 요소인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를 지속하고, 북한·북핵 대응 관련한 한미 공조의 균열을 방지하는 것은 강 장관의 중요한 임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강 장관이 외교부 조직 개혁을 강하게 예고한 가운데 외교부는 긴장과 기대감을 모두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관은 "지금으로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바뀔지 예상하기 어려워 긴장도 된다"면서도 "다소 경직됐던 조직 문화가 바뀔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여성 외교관은 "외교부 내 여성 비율이 점점 높아가는 상황인데 첫 외교장관 임명이 조직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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