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략자산·한미연합훈련 축소' 가능성 문정인 발언 논란
美 "한국 정부 정책 아닐수 있을것"…정상회담 앞두고 엇박자 우려
"비핵화 최종단계서 나올법한 카드" vs "테이블 위에 고려해볼만"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문정인 특보의 발언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는 16일(현지시간) 한국 동아시아재단과 미국 우드로윌슨센터가 워싱턴DC에서 공동주최한 세미나 기조연설 및 문답을 통해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교수가 문 대통령의 특보라는 위치에 있으므로 그의 발언을 단순한 '개인 생각'으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한미정상회담을 10여일 앞둔 시점에서 나온 이번 발언이 한미 간에 새로운 엇박자 소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아직 공식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앨리시아 에드워즈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우리는 이런 시각이 문 특보의 개인적 견해로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정책을 반영한 게 아닐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번 발언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불만섞인 기류를 우회적으로 시사한 반응일 수 있다.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한미연합훈련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 한미동맹의 기본 정신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그동안 양국은 강조해 왔다. 북한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이의 중단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시기적으로나 미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적절한 발언이 아닌 것 같다"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우리가 대비태세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현저히 낮아진 상황에서나 나올법한 얘기"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활동과 미국과 한국의 대규모 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쌍중단(雙中斷)'을 제안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 카드로 쓸 수는 있는 발언"이라면서도 "미국도 한미연합훈련을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데 지금 단계서 이를 공식적으로 거론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원식 전 합참 차장(예비역 중장)은 "북한이 가장 높은 값을 매기는 연합훈련과 평화협정, 제재 해제 등을 비핵화의 어느 단계에서 연계시키느냐가 문제의 본질"이라면서 "그러나 전략자산 전개와 연합훈련 축소 방안을 핵 동결에 대한 보상으로 써버리면 핵 폐기에서 쓸 수단이 없어지므로 비핵화 포기 선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군 일각에서도 전략무기 전개와 연합훈련을 북한 핵·미사일 활동 중단 카드로 활용하자는 데 대해 불편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훈련(FE)에 미국 전략무기가 전개되는 것은 한반도 유사시 투입될 미군 증원전력이 한반도 지형을 숙달하고 전개에 걸리는 시간 등을 단축하는 훈련의 의미가 크다"면서 "한미연합훈련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고조되고 있으므로 최근 더 강하게 시행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1990년대 초반 과거 한미 팀스피릿훈련을 중단한 이후 북한의 핵 능력이 없어졌느냐"고 반문했다.
신 예비역 중장도 "90년대 초에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을 계기로 한국에 배치됐던 전술핵이 철수되고 한미연합훈련인 팀스피릿훈련이 폐지됐는데 북한은 이런 조치를 핵과 미사일, 대남협박으로 갚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충분히 개진할 수 있는 해법이라는 주장도 있다.
양무진 북한 대학원대학 교수는 "한반도 긴장 국면이 대화국면으로 가야 한다는 답답함을 돌파하고자 하는 표현으로 내용상 새로운 것(발언)은 아니다"면서 "북한으로부터 우리가 느끼는 안보 우려 상황과 북한이 느끼는 안보 우려 상황을 한 테이블 위에 올려보자는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장외에서 전문가들이 해법을 제시하고 당국자들이 이를 참고해서 촘촘하게 해법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문 특보의 발언을) 무조건 한미동맹 균열로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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