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욱'해서 살인…분노조절 장애가 끊은 다섯식구 생명줄(종합)
인터넷 수리 위해 방문한 기사에 다짜고짜 시비 걸고 흉기질
분노조절 못 해 극단적 범죄…양산 밧줄 절단 사건과 '닮은꼴'
(충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온 국민의 공분을 샀던 경남 양산의 아파트 밧줄 절단 사건에 이어 충북 충주에서 홧김에 애꿎은 인터넷 수리기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두 사건 모두 순간적으로 치밀어 오른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저지른 우발적인 범행으로,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단란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성실히 일해왔던 가장들이 변을 당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 16일 충북 충주에서 자신의 원룸에서 인터넷 수리 기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검거된 50대 피의자는 수리기사가 집에 오자마자 시비를 걸고 분을 못 이겨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18일 충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피의자 A(55)씨는 사건 당일인 지난 16일 오전 인터넷 수리 요청을 받고 자신의 원룸을 찾아온 B씨를 보자마자 "당신도 갑질하려고 하는 거 아니냐"며 공격적인 말을 쏟아냈다. B씨로서는 예기치 못한 봉변이었다.
언성을 높이다 감정이 격해진 A씨는 갑자기 집에 있던 흉기를 들어 B씨를 향해 사정없이 휘둘렀다.
A씨가 휘두른 흉기에 B씨는 배와 등 부분을 수차례 찔렸다. 끔찍한 참변이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몇분에 불과했다. 비좁은 원룸에서 A씨의 흉포한 공격을 피해낼 길이 없었던 B씨는 온몸으로 흉기를 받아내야 했다.
가까스로 문을 열고 A씨의 원룸에서 빠져나온 B씨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 헬기로 인근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찔린 상처가 심해 결국 숨졌다.
경찰은 평소 인터넷 속도가 느린 것에 불만을 품고 있던 A씨가 수리를 위해 찾아온 애먼 B씨에게 화풀이로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보고, 18일 그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A씨가 사전에 흉기를 준비했는지 등 계획적인 범행 여부도 살피고 있다.
또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A씨의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조사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인터넷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 오래전부터 해당 업체에 불만을 품고 있었는데 집에 찾아온 B씨의 태도도 문제가 있어 화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 A씨는 일정한 직업 없이 이곳저곳을 떠돌며 홀로 원룸에서 생활해왔다.
2007년부터 해당 인터넷 업체를 사용한 A씨는 평소 속도 등 인터넷 서비스에 불만을 품어 왔으며, 어느 순간부터 해당 업체가 자신에게 일부러 인터넷 속도를 느리게 제공한다고 생각해오다 수리기사 B씨를 보자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진술 태도 등을 보면 피의자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 같다"며 "A씨의 성향이나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확인하기 위해서 주변 사람들을 조사하고, 그의 컴퓨터와 휴대전화 내역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숨진 B씨는 아내와 80대 노모, 대학교에 다니는 자녀 2명과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성실하게 살아왔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8일 오전 경남 양산시의 한 15층 아파트 외벽에서 작업하던 김모(46)씨는 휴대전화 음악 소리가 시끄럽다며 주민 서모(41)씨가 홧김에 밧줄을 잘라버리는 바람에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김씨는 부산에 아내와 고교 2학년 학생부터 27개월 유아까지 5남매, 칠순 노모 등 7식구를 남겨둔 채 떠났다. 김씨의 죽음으로 생계가 막막해진 김씨 가족을 돕기 위해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모금 운동이 잇따라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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