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정부" 영국 주요언론도 일제히 메이정권에 '몰매'
가디언 "정권이 시민안전 박탈"…FT "불평등·긴축에 국민 공분"
타임스 "공공재 관리실패 참사"…텔레그래프 "무력한, 어찌할 줄 모르는 정권"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런던 화재참사를 둘러싸고 영국 정부에 대한 비판이 들불처럼 번지는 가운데 영국 유력 매체들도 뭇매를 퍼붓기 시작했다.
이들 매체는 정부적자 축소를 목표로 보수당 정부가 내세웠던 강력한 긴축·탈규제 정책과 복지예산 삭감이 이번 참사를 빚었다며 일제히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6일(현지시간) 데이비드 캐머런에서 테리사 메이로 이어지는 보수당 정권 아래 시민들은 사회적, 물리적 보호를 박탈당했다며 그렌펠타워 화재는 지난 7년간의 보수당 실정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가디언은 지방의회에 대한 예산을 40%나 삭감하고, 침실 세금(주택보조금을 받는 가구가 임대주택에 살면서 남는 침실이 있는 경우 보조금을 삭감하는 제도)을 강화하는 등의 보수당 정책이 시민들을 가족과 학교로부터 멀리 떨어진 것으로 밀어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보수당 정치를 쥐략펴략했던 캐머런 전 총리와 조지 오스본 전 재무장관,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이 그렌펠타워 길 건너 부촌인 노팅힐에 살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 그렌펠타워 화재는 보수당의 고의적 공격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날 사설에서 "이번 화재로 영국 사회 내의 불평등과 보수당 긴축정책이 최빈곤층에 준 충격에 대한 분노가 일고 있다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그렌펠타워 화재에 대한 공개조사(대규모 인명피해에 대해 독립된 위원회를 두고 조사하는 제도)와 형사 사건 조사가 필요하다며 무엇이 잘못됐고,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FT는 이번 화재가 보수당의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해 경고를 보내고 있다며 보수당의 긴축기조는 "이상적인 목표"일뿐이라고 공격했다.
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해 정부의 규제 완화를 강조하는 경제매체인 FT가 이런 주장을 펼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일간 더타임스도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 임대주택에 대한 정부의 부실관리가 이번 참사를 야기했다고 지적하며 화재 희생자들에게 쏟아지는 온정이 이런 비극을 이끈 비인간적인 정부 정책과 극명히 대비된다고 주장했다.
더타임스는 그렌펠타워가 있는 켄싱턴-첼시 지역구에서 보수당이 역대 최고의 3억 파운드(4천359억원)의 비축예산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5천 파운드(725만원)을 아끼기 위해 값싼 외장재를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선단체들이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 캐머런 전 총리의 '빅 소사이어티'와 같은 사회는 절대 없다"며 정부 책임을 강조했다.
그동안 보수당 정보를 옹호해온 보수 매체들도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유력 보수매체인 텔레그래프도 이날 사설에서 메이 정부가 이번 화재에서 "아주 무기력했고, 어쩔 줄 몰랐다"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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