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여왕 '침울한 생일잔치'…"반성하고 기도하자" 권고(종합)

입력 2017-06-17 20:12
영국여왕 '침울한 생일잔치'…"반성하고 기도하자" 권고(종합)

대형화재 후 논란 지켜보며 고통·안타까움 호소

올해 잇따른 참변에 "영국은 역경에 의연히 대처 중" 위로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17일(현지시간) 공식생일 주간을 맞아 잇따른 테러와 고층아파트 화재로 움츠러든 영국 국민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보냈다.

여왕은 이날 자신의 공식생일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이날은 전통적으로 축하의 날이었다"며 "올해만큼은 침울한 국가 분위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탄식했다.

이어 "최근 몇 달간 영국은 끔찍한 비극을 연속적으로 경험했다"며 "하나의 국가로서 우리는 이런 참사에 직접 영향받은 이들을 위해 계속해서 반성하고, 기도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근 영국에서는 국회의사당 테러, 맨체스터 공연장 테러, 런던브리지 테러 등 세 차례의 테러와 런던의 공공임대아파트 대형화재 등 참사가 잇따랐다.

특히 지난 14일 발생한 아파트 화재는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으며 화살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료들을 향하고 있다.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안전불감증, 저소득층에 대한 차별, 공공지출을 억제하는 긴축정책에 따른 공공재 부실 관리 등이 초래한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전면적인 공개조사를 약속했으나 화인뿐만 아니라 인명피해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대중의 분노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왕은 피해자들을 직접 방문하는 등 현장 접촉을 기피했다가 여론의 몰매를 맞고 있는 메이 총리와 다른 행보를 보였다.

여왕은 맨체스터 테러 이후 로열 맨체스터 어린이 병원을 찾아 부상자들을 위로했고, 그렌펠 타워 화재 때에는 현장 인근에 있는 한 스포츠센터를 방문해 주민들과 만났다.





여왕은 "맨체스터 테러와 런던 화재 현장을 최근 방문하면서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이들에게 위로와 지원을 바로 전달하려는 온 국민의 모습에 아주 깊이 감명받았다"고 밝혔다.

또 "시험대에 오른 영국이 역경에 맞서 아주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우리는 슬픔 속에서 한마음이 됐다. 또 어떠한 두려움과 선호 없이 부상과 피해로부터 삶을 재건하려는 이들을 지원하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왕이 실제 태어난 날은 4월 21일이지만 공식생일 행사는 이보다 늦은 6월 두 번째 토요일에 열린다.

이는 겨울철에 태어난 영국 왕들이 행진과 야외 행사를 위해 날씨가 좋은 6월에 공식생일을 따로 갖는 전통에 따른 것이다.

이날 엘리자베스 여왕은 남편 필립공과 함께 버킹엄 궁 계단에 서서 생일을 축하하는 왕실 의장대의 전통 행사를 어두운 표정으로 조용히 지켜봤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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