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첨병' 하와이 마우나로아관측소…50여개 물질 감시

입력 2017-06-18 12:00
온난화 '첨병' 하와이 마우나로아관측소…50여개 물질 감시

구름보다 높은 곳에 위치…"트럼프 예산삭감에 관측작업 일부 중단 위기"



(하와이=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미국 하와이주 힐로섬 화산 마우나로아 해발 3천396m 지점에 있는 '마우나로아관측소(Mauna Loa Observatory)'.

이곳은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지구시스템연구소(ESRL)가 전 세계에 운영하는 관측소·관측지점 90여곳 가운데서도 '첨병' 역할을 하는 곳이다.

마우나로아관측소는 1958년 3월 29일 세계에서 처음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측정을 이어오고 있다.

극지방과 함께 대기가 깨끗한 곳으로 손꼽히는 하와이에서도 고도가 구름보다 높아 하늘이 흐리거나 비가 올 때가 적은 곳에 있는 관측소여서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를 가장 예민하고 정확하게 포착해낸다.

특히 하와이가 북반구와 남반구를 가르는 적도와 가까운 덕에 마우나로아관측소 측정값이 전 세계에 흩어진 대기관측소들 측정값 평균과 비슷할 때가 많다.

이 때문에 마우나로아관측소 측정값을 '지구 전체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나타내는 값으로 보기도 한다.

12일(현지시간) 기자가 마우나로아관측소를 찾았을 때도 하늘이 '시퍼렇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미세먼지가 자욱해 구름이 없는 날에도 뿌연 한국의 하늘과는 빛깔부터 달랐다.





다만 해발고도가 높다 보니 산소가 적어 조금만 걸어도 숨이 가빴고 겉옷을 걸치지 않으면 다소 추웠다.

관측소 곳곳에는 물을 아끼자는 문구가 보였다.

마우나로아에는 비가 워낙 적게 내리는 데다가 화산이어서 물이 고이는 곳도 없다 보니 관측소에서 허드렛일에 쓸 물도 쉽게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곳의 6월 평균 강수량은 10∼20㎜에 그친다.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세를 나타낸 그래프로 지구온난화를 상징하게 된 '킬링 커브'가 탄생한 곳도 마우나로아관측소다.

찰스 데이비드 킬링 박사는 1958년부터 이곳 관측소와 남극에서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해 계절과 상관없이 매년 이산화탄소 농도가 짙어진다는 점을 발견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도 온난화가 실재한다는 근거로 마우나로아관측소 자료를 제시할 정도로 이곳에서 내놓는 데이터는 가장 정확하고 믿을만한 자료로 평가된다.

이날 기자가 관측소 관계자에게 "앞으로 온난화가 어떻게 진행될 것 같으냐"고 묻자 단호히 "우리는 관측하는 곳이지 예측하는 곳이 아니다"라면서 "예측까지 하면 (예측한 결과에 맞추려다가) 관측에 편견이 끼어들 수 있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자신들이 내놓은 전망에 맞는 자료만 공개하는 것 아니냐'는 등 관측자료 객관성에 시비가 생길 일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마우나로아관측소는 이산화탄소 농도 외에도 오존 등 50여 가지가 넘는 대기 구성물질을 거의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관측소 이곳저곳을 소개해줬던 이단 콜턴 온실가스 책임연구원은 "중국에서 발원한 황사가 채취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비교적 최근 시작한 관측작업은 대기 중 수은농도를 재는 것이다.

공장지대나 주거지에서 멀리 떨어져 오염이 덜 된 바다에서 잡히는 물고기에서도 수은이 검출되자 수은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려는 목적에서 시작한 작업이다.

이곳 마우나로아관측소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걱정거리가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은농도 측정작업 등에 필요한 예산을 깎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대릴 쿠니유키 마우나로아관측소장은 "수은농도 측정작업은 환경보호국(EPA) 지원으로 수행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예산을 삭감해 내년부터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면서 사견임을 전제로 "수은농도 문제를 제기하면 (지지기반인) 공장지대가 타격을 받는 데다가 환경문제에 관심이 없다 보니 예산을 줄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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