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시장 '항공사 승무원 잡아라'…호텔들 경쟁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최근 수도권 호텔이 많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하자 호텔들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승무원들의 숙소를 선택하는 항공사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1년 중 절반 가까운 시간을 해외에서 보내고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4일까지 현지에서 체류해야 하는 항공사 승무원들에게 체류지 호텔은 매우 중요하다.
이에 각 항공사는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승무원 숙소를 선택한다.
항공사들은 2년 이상 장기로 승무원 숙소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호텔 입장에서도 이들은 안정적인 시장이다. 서로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18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으로 인천과 바르샤바 간 직항편을 취항한 LOT 폴란드항공은 롯데시티호텔 마포를 승무원 숙소로 결정했다.
롯데시티호텔 마포는 호텔에서 숙박하는 폴란드항공 승무원들을 위해 크루 전용 버스를 운영해 공항과 호텔을 편리하게 오가도록 하고 있다.
전용 체크인 데스크와 이른 아침 비행 스케줄에 맞추기 위한 익스프레스 체크아웃 서비스도 마련했다.
피트니스센터, 수영장, 뷔페식당, 호텔 지하를 통해 연결되는 편의점, 레스토랑, 카페 등 편의시설도 LOT 폴란드항공 승무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가장 반응이 좋은 것은 '인지서비스'와 '인포메이션 키트'(Information Kit)다.
인지서비스를 통해 2회 이상 방문한 승무원의 투숙기록과 선호도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선호하는 객실 온도와 객실 방향 등이 결정돼 맞춤형 객실이 제공된다.
인포메이션 키트에는 호텔 주변의 교통과 레스토랑 정보 등이 담겨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LOT 폴란드항공과 계약하는 일이 처음부터 순조롭지는 않았다"며 "LOT폴란드 항공은 글로벌 체인을 처음에 먼저 고려했지만, 처음 진출하는 한국에서 서비스를 인정받은 롯데호텔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메이필드 호텔은 제주항공과 진에어 등 LCC(저비용항공사)들과 승무원 숙박 계약을 했다.
이들 항공사에 객실을 정상가보다 저렴하게 제공하고 승무원들만 쓸 수 있는 '크루 라운지'도 마련했다.
김포공항까지 승무원들을 위한 셔틀버스를 운행하며, 호텔 내 식당 등에서도 10% 할인을 해 준다.
이 밖에도 그랜드 힐튼 호텔은 루프트한자 항공, 쉐라톤 디큐브시티는 에어캐나다 항공 승무원, 코트야드메리어트 영등포는 전일본공수(ANA) 승무원들의 한국 숙박을 각각 책임지고 있다.
호텔들이 승무원들 유치에 앞다퉈 나서는 것은 승무원들을 유치할 때 호텔이 얻을 수 있는 부가적인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대인 서비스에 특화된 승무원 직업의 특성상 호텔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이 확실하고 빨라 호텔 서비스의 고급화와 점검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세계 곳곳을 누비는 승무원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줬을 때 '입소문'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앞으로의 시장 전망도 밝다.
2006년 18만 번이었던 인천공항 연간 항공기 운항 횟수가 지난해에는 34만 번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취항 도시는 142개에서 186개, 취항국가는 43개에서 54개로 늘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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