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꽃 당신' 시인 도종환 문체부 장관…임명장 받고 집무 개시
감성 시인에서 늦깎이 정치인, 문화정책 수장으로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도종환(63)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6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공식 집무에 들어갔다.
시인인 도 장관이 취임함에 따라 문체부는 6년여 만에 다시 문화예술인 장관 시대를 맞게 됐다.
역대 문화예술인 출신 문화정책 수장은 이어령(1990~1991), 김한길(2000~2001), 이창동(2003~2004), 김명곤(2006~2007), 유인촌(2008~2011) 전 장관까지 다섯 명이 배출됐으며, 도 장관이 여섯 번째다.
도 장관은 지난달 말 문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후 지난 14일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보름 동안 강도 높은 인사검증 과정을 거쳤다. 주류 역사학계로부터 비판받은 역사관 문제를 비롯해 농지 전용 의혹, 가족 간 아파트 매매, 교통법규 위반, 방북 행적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적극적인 해명으로 검증을 무난히 통과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의원들은 청문회 다음날인 15일 인사청문 보고서를 반대 의견 없이 채택했다.
가장 큰 쟁점이 됐던 역사관 문제에 대해, 도 장관은 "정치가 역사연구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역사문제는 학문연구와 토론으로 풀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분명함으로써 논란을 누그러뜨렸다.
도 장관은 특히 무너진 문화예술 행정의 공정성 확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를 위해 취임 후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국정농단 사태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책임소재를 철저히 규명하고 조사결과를 백서로 남기겠다고 밝혔다.
도 장관 본인은 장관직 수행 중에 오랫동안 회원으로 활동해온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회(민예총)에서 탈퇴하겠다고도 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으로 인한 피해 회복, 고갈된 문화예술진흥기금 재원 확충 등 문체부의 당면 현안을 해결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는 등 남북한 체육·문화 교류를 재개하는 데도 힘을 쏟겠다고 했다.
도 장관은 '접시꽃 당신'의 작자로 등단한 지 30년이 넘은 우리나라 대표시인이다. 하지만 정치 경력은 5년밖에 안 되는 늦깎이 정치인이다.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으며 2016년 20대 총선에서 청주시 흥덕구에 출마해 재선 국회의원이 됐다.
도 장관은 국회 교문위 위원으로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3년간의 노력 끝에 문학계의 숙원이던 문학진흥법을 대표 발의해 제정한 것은 최대 공적으로 꼽힌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도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다.
도 장관은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시인으로서의 감성적 이미지를 벗고 안정감 있는 정치인으로서 역량을 인정받았다.
도 장관은 중·고등학교 국어교사로 교편을 잡았으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활동으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교직 생활을 하던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1985년 첫 시집 '고두미 마을에서'를 냈다.
대표작인 '접시꽃 당신'은 사별한 아내에 대한 애틋한 정을 담은 작품으로 독자들의 폭넓은 공감을 얻었다. 동명의 시집은 1986년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으며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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