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무한의 책·내 플란넬 속옷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무한의 책 = 소설집 '라면의 황제'로 기이한 상상력을 선보인 약사 출신 소설가 김희선(45)의 첫 장편소설.
2015년 용인 에버랜드의 거대한 플라스틱 나무 아래에서 갑자기 솟아난 미아 소년은 자신이 1958년의 고아원에서 왔다고 주장한다. 2016년 미국의 쇠락한 도시 트루데에서 소시지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청년 스티브는 지구가 종말 위기에 처했으며, 자신이 지구를 구할 구원자로 정해져 있다는 계시를 받는다.
스티브는 일주일 안에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 지구 종말의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소설은 2015년 용인과 2016년 트루데, 1958년 용인이라는 세 시공간을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들은 하나가 없다면 다른 하나도 존재할 수 없는 평행우주 관계다.
문학평론가 복도훈은 "우리가 현실을 두고 하는 망상 역시 그 망상의 대상인 현실 못지않게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존재한다는 것을 역설하는 새로운 리얼리즘 소설"이라고 평했다.
현대문학. 516쪽. 1만5천800원.
▲ 내 플란넬 속옷 = 한때 엄청난 미인이었던 '나'는 온갖 파티와 시상식에 초대받아 다닌 끝에 얼굴의 아름다움을 잃는다. 이가 빠지고 얼굴이 일그러진다. 틀니를 하고 아름다움을 되찾자마자 안개 속에 갇힌다. "무시무시하게 웃으면서 게걸스럽게 서로를 잡아먹으려 애쓰는 얼굴들의 정글로 돌아온 것이다."
영국 출신의 멕시코 화가 레오노라 캐링턴(1917∼2011)이 쓴 단편소설 '내 플란넬 속옷'은 그의 그림처럼 모호하고 환상적이며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책에는 표제작을 비롯해 '상어 섬의 어머니들'(킷 리드), '마거릿 A.의 금지된 말'(L. 티멜 듀챔프), '유리병 마술'(네일로 홉킨슨) 등 여성 작가들의 단편 5편이 실렸다. 지난해 국내에 소개된 소설집 '혁명하는 여자들'의 원서에 수록됐지만 출간 당시 빠졌던 작품들을 모았다.
아작. 신해경 옮김. 144쪽. 1만1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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