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상흔딛고 '더 커지는' 르완다…한국 원조액 아프리카 2위

입력 2017-06-17 09:30
내전 상흔딛고 '더 커지는' 르완다…한국 원조액 아프리카 2위

카가메 대통령, 2020년까지 ICT·농업 발전 통한 중진국 도약 선언

한국 26년간 1억弗 지원, 4G망 구축…봉사단원들도 코리아 위상 높여



(키갈리<르완다>=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인터넷 포털에서 '르완다'를 검색하면 '내전' '커피' '영화' 등이 연관어로 뜬다.이런 키워드가 최근 상황까지 대변하기에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그것을 간과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르완다에서는 1994년 제노사이드(Genocide.대량학살)가 일어났다. 소수족 투치족과 다수족 후투족 간 종족분쟁의 결과였다. 이 나라를 식민통치하던 벨기에는 소수 민족에게 특권을 줘 다수족을 억압하게 했고, 1962년 독립이 되자 뇌관이 터지기 시작했다. 후투족 출신 대통령이 살해되면서 분쟁은 더욱 격화돼 엄청난 인명피해를 냈다.

그러나 우간다 난민 출신으로 제노사이드를 종식한 폴 카가메 대통령이 지도자로 전면에 등장한 이래 국민·사회 통합과 화해에 힘쓰면서 지금 르완다는 중진국 진입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카가메는 과도정부 부통령 및 국방장관을 지낸 뒤 2003년 정식으로 대통령에 선출됐으며 오는 8월 3선에 도전한다. 현재 98%의 지지율을 보여 당선이 무난한 것으로 관측된다.

르완다는 '해발 1천500m 높이의 고원지대에 인구 1천600만 명, 국토 면적은 경상남북도를 합친 크기에 울산시 정도의 예산(24억3천만달러)으로 운영되는 나라'(박용민 전 르완다 대사)다. 재정수입이 62%, 나머지는 국제사회 원조액으로 충당한다. 2015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81억 달러, 1인당 GDP는 697달러인 최빈국이다.

최근에는 카가메 대통령이 강력하게 전개하는 '비전 2020' 계획에 따라 국명에 걸맞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르완다는 '점점 더 커진다', 수도 키갈리는 '넓은 토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비전 2020의 핵심은 정보통신산업(ICT)과 관광 육성이다. 또 농업 8.5%, 산업 14%, 서비스 13.5%의 연평균 성장률을 달성해 1인당 GDP를 1천240달러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다시 '비전 2050'을 수립한다.

'천개의 언덕'으로 불릴 만큼 산악 지역이 많은 르완다는 국가발전 전략에 따라 가장 먼저 빠른 정보통신망 구축에 나섰다.한국의 KT로부터 최대 규모의 투자유치를 받아 2014년 4G 통신망을 깔았다. 휴대폰 사용자는 880만 명, 스마트폰 이용자는 66만 명, 인터넷 보급률은 33%(2015년)에 달한다. 이런 변화는 카가메 대통령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 청년층 대부분은 카가메의 얼굴을 노트북이나 휴대폰 배경 화면에 깔았다.

이 나라는 빈부 격차가 워낙 심해서 중산층이 없다. 높은 산악지대에는 상류층, 낮은 곳에는 하류층이 산다. 카가메 대통령은 중산층을 살리기 위해 제조업을 키우는 일에도 전력을 기울인다.

수출에 주력하던 커피를 2차 산업으로 육성하는 것도 그 차원이다. '메이드 인 르완다' 커피를 만들어 수출하겠다는 전략이다. 르완다는 커피 생산 세계 30위로, 1년에 1만5천t가량을 생산한다. 수출 비중은 전체 8.9%를 차지한다. 카가메 대통령은 스타벅스 회장을 직접 만나 구매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농업 생산도 활발하다. 아프리카에서 날씨가 가장 온화한 덕분이다. 르완다는 한국 정부에 농촌개발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1천10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지속가능한 개발과 함께 자주 역량을 키워주고 있다.



테리 조지 감독이 2004년 제작한 '호텔 르완다'는 이 나라의 존재를 다시금 전 세계에 일깨운 영화다. 제노사이드를 배경으로 한 호텔 지배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영화가 소개된 이후 한국인들의 발길도 많아졌다. 하지만 한국과 르완다 간 교류는 주로 개발협력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조형래 KOICA 사무소장은 "이 나라는 고원지대에 내륙국으로 커피 외에 자원도 별로 없는 나라여서 발전이 어렵다고들 말하지만, 카가메 대통령은 이런 편견을 깨기 위해 과감한 투자유치를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거버넌스도 아프리카에서는 상위에 랭크돼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새천년개발계획(MDGs)을 거의 달성한 몇 안 되는 나라라고 유엔이 발표했고, 세계은행이 집계하는 거버넌스 품질지표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중 1위로 많은 공여국이 르완다를 신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나라 부패인식지수는 한국(52위)보다 2단계나 낮다. 수시로 감찰 감독을 하고,비위 포착 공직자는 바로 징계 처리하는 영향이 크다. 투자자나 공여국들은 이같은 부패지수를 신뢰한다.



한국은 이 나라에서 농촌개발과 교육, ICT 분야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개발협력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 1991년부터 2016년까지 8천300만 달러의 무상원조(ODA)를 지원했다. 이는 아프리카 수원국 가운데 2위에 해당한다. 올해에도 1천336만 달러를 투입해 키추키로 종합기술훈련원 2차 지원 사업을 비롯해 야루구루 농촌종합개발사업, ICT 혁신 역량강화 사업 등 프로젝트 사업과 개발 컨설팅, 글로벌 연수, 민관협력, 해외봉사단 파견 등의 사업을 진행한다.

세계식량계획(WFP), 세계개발계획(UNDP), 유엔 아동기구(UNICEF) 등과의 협력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고, 열매나눔, 지구촌나눔운동, 월드비전 등의 국내 시민단체(NGO)와의 협력도 추진 중이다.

현재 33명의 봉사단원이 교육, 보건, 공공행정, 농업, 산업에너지, 국제개발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코리아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르완다 주재 한국대사관은 한류 확산을 위해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 2013년 양국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처음으로 태권도대회를 열었고, 지금까지 매년 9∼10월 야마호로 국립경기장에서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회는 동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인근 국가들이 참가하는 국제대회로 자리매김했다.

태권도대회와 함께 한국영화제도 매년 열린다. 한류 불모지인 이 나라에 영화를 통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알리겠다는 취지다. 대사관은 매주 한국영화 상영회를 개최한다. '국제교류재단(KF) 비주얼코리아' 사업의 하나로 대사관 문화센터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영화를 보여주고 있다.

2014년부터 열린 한국어 말하기 대회는 지난해 키갈리 공공도서관에 '코리아 코너' 개설이라는 성과를 올리는 데 기여했다. 르완다에 거주하는 한인은 240여 명이며 아직 한인회는 결성되지 않았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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