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미국 대러제재 비판…"가스관 포함돼 EU 에너지안보 위협"(종합)
독일은 외교장관 이어 정부 대변인까지 나서서 "기이한 제재" 비판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신규 제재에 유럽으로 연결되는 러시아 가스관을 겨냥한 조치가 포함돼 유럽연합(EU)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교부 장관과 크리스티안 케른 오스트리아 총리는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우리는 유럽 에너지 공급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유럽 기업에 대한 불법적인 역외 적용 제재 위협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어 이번 제재안은 유럽과 미국 관계에서 또 하나의 매우 부정적인 소재를 예고한 것이라면서 "유럽의 에너지 공급은 미국이 아니라 유럽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튿날인 16일에는 독일 정부의 슈테펜 자이베르트 대변인이 나서서, 러시아를 겨냥한 제재가 유럽 기업들에만 부담을 주게 되니 "기이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이베르트 대변인은 "우리는 일반적으로 역외 효과를 가진 제재는 거부한다"면서 "역외효과란 제3국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고 독일 공영 국제방송 도이체벨레가 전했다.
미국 상원은 14일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일괄 제재안을 초당적인 지지로 가결했다.
이는 러시아의 크림 반도 강제 합병 등에 대한 기존 제재안의 효력을 강화한 것으로,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용 가스관을 지원하는 기업에 대한 새로운 제재가 추가됐다.
러시아는 러시아에서 출발해 발트 해 해저를 지나 유럽까지 이어지는 가스관 '북부 스트림(Nord Stream) 2'를 통해 유럽에 가스를 수출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안은 쉘(Shell), 엔지(ENGIE), OMV 등 해당 가스관에 자금을 대는 유럽 에너지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이날 이들 업체의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FT는 이번 제재안은 그동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주도 아래 유지돼온 대러 제재에 대한 유럽과 미국 간 예민한 합의를 깬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가스 수출용 가스관은 독일의 핵심적인 이해관계가 걸려있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대러 제재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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