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중학생 장기 천재 26연승…역대 기록에 2승차

입력 2017-06-16 11:12
日 중학생 장기 천재 26연승…역대 기록에 2승차

30년만에 신기록 세울까, 일본 사회 이목 집중

공식기념품 당일 매진…고향에선 "아인슈타인급 천재" 칭송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프로 장기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중학생 천재 기사 후지이 소타(藤井聰太·14)가 프로 데뷔 이래 공식전 26연승 기록을 세워 또 다시 선풍적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중학교 3학년인 후지이 4단은 15일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제 76기 순위전 C급 2조 1회전에서 세가와 쇼지 5단(47)을 108수만에 꺾어 연승 기록을 26으로 늘렸다.

작년 10월 14세 2개월의 최연소로 프로 기사가 된 후지이는 이후 무패행진을 이어 오면서 이달 10일 대국에서 승리, 25연승을 기록해 역대 연승기록 2위에 올랐다.



일본 장기계의 최다 연승기록은 가미야 히로시 8단이 30년 전인 1987년에 세운 28승이다. 후지이 4단은 이날 승리로 가미야 8단의 역대 최다승 기록에 2승차로 다가섰다. 2승만 더 거두면 역대 최다 연승 타이가 되며 이후 승리하면 일본 장기역사에 새 기록을 쓰게 된다. 일본 언론은 후지이가 30년만에 새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대국은 일본 장기계의 대표 타이틀인 명인 타이틀을 향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후지이 4단은 이미 또 다른 유명 타이틀인 류오센(?王?)과 기오센(棋王?) 도전자 결정 토너먼트에 진출해 있어 연내 타이틀을 획득할 가능성이 있지만 명인 타이틀에 도전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5년은 걸린다.

'순위전'은 5개 등급으로 나눠져 있으며 1년에 한등급만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 대국은 참가자가 가장 많고 가장 아래급인 C급2조 경기였다. 추첨으로 결정되는 10명의 상대와 1년에 걸쳐 겨뤄 50명 중 3위 이내의 성적을 올리면 C급 1조로 올라갈 수 있다. 매년 승급을 거듭하면 4년만에 최상급인 A급으로 올라가게 되고 여기서 다시 1년간의 대국에서 1위를 차지하면 명인에 도전할 수 있다.

프로 데뷔 이후 4년 연속으로 A급까지 승급한 기사는 가토 히후미 9단(加藤一二三. 77)과 나카하라 마코토(中原誠. 69) 명인 2명 뿐이다. 5년만에 명인이 된 기사는 아직 없다.

후지이 4단의 다음 대국은 17일 제11회 아사히배 장기오픈전 1차예선 1회전이며 이어 21일 오쇼센(王??) 예선에 출전한다. 이 두 차례 대국에서 이기면 가미야 9단의 28연승 타이 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당연히 후지이 4단은 화제를 몰고 다니고 있다. 언론은 그가 재학중인 아이치(愛知)현 세토(瀨戶)시의 중학교 친구들과 교사들을 취재해 그의 평소 생활을 소개하고 있다. 친구들에 따르면 후지이는 별로 튀지 않는 성격이며 수줍음을 많이 타고 매우 겸손하다고 한다. 평소 장기 이야기도 잘 하지 않는다. 같은 반 친구들은 장기를 둘 때 보이는 그의 무서운 집중력에 놀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장기연맹은 후지이의 인기가 높아지자, 그의 휘호가 들어간 부채와 사진 등을 넣은 클리어 파일을 공식 기념품으로 제작했다. 부채가 발매 당일 매진된데 이어 12일 2번째 기념품으로 발매한 클리어 파일도 판매 시작 1시간 전부터 긴 줄이 생긴 끝에 2시간만에 매진됐다. 장기연맹이 프로 데뷔 역사가 일천한 기사의 공식 기념품을 제작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맹은 기념품을 추가 제작하기로 했다.



후지이의 출신지인 아이치현도 그의 인기를 지역 홍보에 이용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아이치현 지사는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작년 11월 후지이 4단이 스스로 출제한 "박보장기"문제를 보내왔다고 소개했다. 후지이 4단 스스로 "프로 기사라도 30분은 걸릴 것"이라고 하는 바람에 문제풀이 도전을 포기했다면서 "훌륭한 천재가 아이치현 출신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크게 정진해 전인미답의 금자탑을 세우면 표창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후지이의 거주지인 세토시는 그를 1호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나고야 시장도 후지이의 거주지는 세토시지만 그가 다니는 중학교는 나고야에 있다며 "나고야가 낳은 천재, 슈퍼스타를 나고야의 아인슈타인이 되도록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