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인수전 끝까지 안갯속…WD 제동에 '한미일 연합' 먹구름
추가 법적대응으로 발목잡는 WD…이르면 다음달 법원판단 예상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도시바(東芝)의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서 유력후보로 급부상했던 한미일 3국 연합(SK하이닉스·베인캐피탈·일본산업혁신기구 등)이 다시 '위험 구역'에 들어갔다.
도시바와 합작 중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도시바메모리 입찰 의지는 보이면서도 미국 캘리포니아 고등법원에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매각중단 명령을 요청해 미궁 속으로 빠져든 것이다.
한미일 연합 급부상에 대해 연이틀 보도했던 아사히신문은 16일에는 WD의 제소 사실을 전하며 "한미일연합은 도시바와 WD 간 대립 해소가 전제돼야 하므로 대립이 지속되면 위험해진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의욕을 보였던 미일연합이 SK하이닉스 진영과 합류해 도시바에 2조엔(약 20조원) 이상의 인수를 제안했다. 미 반도체업체 브로드컴에 대항할 듯하다"고 전했지만 상황 변화를 인정했다.
그러나 매각작업이 완전히 흐트러진 것은 아니다. WD 관계자가 법원제소 뒤에도 "법적인 조치와 비즈니스 얘기는 별개"라고 말해 인수전 계속 참여 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WD는 미국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해 7월 중순까지 판단이 내려지는 것을 기다리면서 도시바 측이 오는 28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속도를 내고 있는 입찰과정에서는 별도로 참여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도시바는 이와관련해 15일 경영회의를 열어 WD의 강공책으로 혼미해진 상황은 인정하면서도 매각을 위한 막바지 협의를 계속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WD는 지난달 국제중재재판소에 이어 14일 미 법원에 매각 중지 신청을 하면서도 관민펀드 산업혁신기구 등이 주도하는 일본연합과 제휴, 도시바의 요청에 부응하는 2조엔 이상을 출자하는 수정안을 제안했다.
일본 정부나 도시바가 한미일 3국 연합이나 미국 브로드컴으로 후보를 압축하는 듯하자 법원 제소라는 '거부권'을 발동하는 동시에 수정 제안도 병행한 것이다.
WD의 강공에 도시바는 불신감이 강해지고 있다. 두 회사의 관계악화로 반도체를 공동생산하는 조인트벤처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어찌 됐든 막판 도시바메모리 매각교섭은 WD가 열쇠를 쥐고 있다.
이번 입찰에는 WD 이외에 SK하이닉스와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 브로드컴, 미 펀드 KKR, 대만 훙하이(폭스콘), 일본 산업혁신기구 주축의 일본연합 등이 참여한 가운데 막판까지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현 시점에서 산업혁신기구의 거취는 매우 유동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일 연합 구성 추진과 동시에 예상을 깨고 WD와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모두 WD의 동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고등법원의 판단은 빠르면 1∼2개월 내에 나온다. 7월 중순 나올 수 있다.
도시바는 이달말까지 우선협상자를 선정하려고 하지만,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매각작업은 못한다.
도시바는 2년 연속 채무초과를 피하기 위해 매각절차를 내년 3월말까지 완료해 자금을 확보하려는 계획이다. WD가 제소했지만 도시바는 28일까지 매각 스케줄 변화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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