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구금 대만인권운동가 구명대상 정치범에 포함…中 반발
(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 중국 당국이 구금중인 대만 인권운동가 리밍저(李明哲·42)가 미국의 구명 대상 정치범에 포함되자 중국이 반발하고 있다.
우선 리밍저가 합당한 법률상 대우를 받고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15일 대만 연합보(聯合報)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리밍저가 변호사 선임권리를 보장받고 있다고 주장했고 대만 당국은 리밍저가 합당한 권익을 보장받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중국 정부의 마샤오광(馬曉光)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전날 리밍저 구금의 적법성을 주장하며 "리밍저에 대해 강제조치를 취할 때 법규에 따라 변호사 선임권리가 있음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마 대변인은 "리밍저도 본인 의사에 따라 변호사를 지원받을 수 있다. 리밍저는 인권사건이 아닌 범죄혐의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의 이런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미 의회의 초당파 기구인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가 근래 리밍저를 중국이 억류중인 정치범 명단에 포함시키고 구명운동을 시작한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이 리밍저에 대한 구명운동에 착수하자, 중국 정부가 리밍저를 현행법 위반 범죄자로 규정함으로써 미국 개입의 명분을 없애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시 말해 리밍저가 중국에서 체포된 대만인으로선 처음으로 미 의회가 구명하려는 정치범 명단에 오르자, 이 사안이 미중 간 민감현안인 인권 문제로 비화하는 걸 막을 목적으로 중국 당국이 이런 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앞서 리밍저의 아내 리징위(李淨瑜)는 중국 당국이 남편 체포와 구금 사실도 확인하지 않은 채 중국 입국조차도 거부하자 미국으로 건너가 도움을 요청했다.
리밍저는 지난 3월19일 마카오에서 중국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로 들어간 직후 연락이 끊겼고, 이후 리밍저가 간첩혐의로 후난(湖南)성 국가안전청에 체포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중국 당국은 리밍저가 중국 내 일부 세력과 불법 조직을 만들어 중국 정권을 전복하려는 활동을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만의 중국 담당부처인 대륙위원회는 "리밍저 가족이 직접 접견할 때까지는 리밍저가 개인 권익을 보장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고 맞섰다. 대륙위원회는 또 리밍저의 조사 과정이 정당한 적법절차에 따를 것을 보장해야하고 수사의 전말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리징위는 "중국의 변호사 선임 발언은 대만인이 흔히 말하는 '귀신에게 처방전 달라'는 말과 같다"며 "중국의 태도는 대만인들이 앞으로 중국을 대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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