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공자에 90도로 허리굽힌 文대통령…"여러분이 대한민국"(종합)

입력 2017-06-15 17:37
수정 2017-06-15 17:38
유공자에 90도로 허리굽힌 文대통령…"여러분이 대한민국"(종합)

국가유공자·보훈가족에 외국 정상급 예우

文대통령 내외 행사장 입구까지 나와 환영인사 건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국민들의 애국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국가유공자와 파독 광부·간호사, 청계천 여성 근로자, 민주화운동 희생자, 6·25전쟁 영웅 유족 등 나라를 지키고 경제 발전을 위해 헌신한 분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15일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226명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참석자들은 외국 정상 못지않은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유공자와 보훈가족들이 버스에서 내리자 고전복장을 착용한 국방부 의장대가 맞이했다.

그간 군 의장대는 외국 정상이 청와대를 방문하는 등 높은 지위에 있는 손님이 방문했을 때만 행사에 나왔고, 민간인 초청 행사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참석자들이 청와대 영빈관 2층에 도착하자 문 대통령 내외가 행사장 입구에 나와 환영인사를 건넸다. 지금까지는 참석자들이 모두 자리에 착석하면 가장 나중에 대통령이 입장하는 것이 관례였다.

문 대통령 내외는 참석자 226명 전원과 일일이 악수하고 안부를 물었다. 청와대 측은 대통령의 환영인사에 15분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36분이 걸렸다.

한 국가유공자가 문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하자 문 대통령은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참석자들은 대통령 내외의 환대에 감격했다. 한 참석자는 문 대통령이 손을 잡아주자 눈물을 흘렸고, 다른 참석자는 큰 목소리로 "기분 좋습니다. 대통령님이 가슴 뻥 뚫리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6·25 참전 용사는 "19살에 군에 입대해 6.25 전쟁 3년 내내 싸웠다. 이렇게 지킨 우리나라를 대통령님께서 훌륭하게 지켜 달라"고 부탁했다.

한 여성 참석자는 "남편을 나라에 바치고, 가장 노릇하며 힘들게 살아왔다. 이제까지 나라에 속고 살아왔다. 계속 이렇다면 누가 남편과 자식을 나라에 바치겠나"라고 말했다.

6·25 전쟁 때 부친이 전사한 참석자는 "아직도 아버지 시신을 못 찾고 있지만 전사가 확인이 됐다면, 국립묘지에 묘비라도 세우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파독 간호사 출신인 한 참석자가 "진심으로 영광이다. 처음으로 불러주셨다"며 울먹이며 말하자, 문 대통령은 "제대로 존경의 마음을 표하는 것이 너무 늦어서 죄송하다"며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했다. 보훈 행사에 파독 간호사가 초청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천안함 유족에게는 "진심으로 다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덕남 상이군경회장은 대표 인사말에서 "예우를 다하겠다는 말씀과 보훈처장을 장관급으로 격상시켜주신 데 대해 참으로 감사하다. 국민통합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데 우리가 받침목이 되겠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전폭적인 지지와 적극적인 협조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여러분 모두를 잘 모시면서 따뜻한 보훈을 실천해 나가겠다"며 "무엇보다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이 억울하고 서럽고 불편함이 없도록 소통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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