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고령중 왜군 장수 충정 기린 순절비를 교훈비로 세워

입력 2017-06-15 11:56
경북 고령중 왜군 장수 충정 기린 순절비를 교훈비로 세워

앞면에 교훈 새겨 교정에…"원래 자리로 되돌리고 교육자료 활용"

(고령=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경북 고령중학교가 일제강점기 조선 총독이 만든 왜군 장수 순절비에 새겨진 기존 문구를 지우고 교훈비로 활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고령군 대가야박물관에 따르면 이 교훈비는 1939년 미나미 지로(南次郞) 제7대 조선 총독이 고령 대가야읍 연조리 고령향교 인근 옛 대가야 왕궁터에 임나대가야국성지비(任那大伽倻國城址碑)와 함께 세운 순절비다.

당시 순절비 앞·뒷면에는 562년 신라 침략으로 대가야가 멸망할 때 참전했다가 전사한 왜군 장수 쯔키노기시 이키나를 기리는 내용이 새겨져 있었다.

쯔키노기시는 일본 학계가 임나일본부설 근거로 드는 '일본서기'(日本書記)에 등장한다.

정식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다. 그러나 주민 등 증언에 따르면 광복 후 순절비는 고령초등학교 안 대가야시대 우물터 인근으로 옮겨 돌다리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 뒤 고령중 관계자가 1947년 11월 개교하면서 이 순절비 앞면을 깎아내 교훈(굳세고 참되고 부지런하자)을 새긴 뒤 교정에 세운 것으로 추정한다.고령군 관계자는 "아픈 역사를 증언하는 자료인 만큼 원래 자리로 되돌려 놓고 역사교육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여론 등을 수렴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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