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글 넘어 잇단 살해 협박…아이돌이 위험하다

입력 2017-06-15 11:44
수정 2017-06-15 11:51
악성글 넘어 잇단 살해 협박…아이돌이 위험하다

방탄소년단 지민·트와이스 미나 이어 에이핑크도

기획사들 "심각한 상황…보호 대책 강화"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아이돌 그룹이 악성 댓글을 넘어 살해 협박까지 받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획사들은 악의적인 글과 게시물이 도를 넘자 법적인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10~20대의 아이돌 가수들을 대상으로 살해 협박까지 잇달아 등장하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걸그룹 에이핑크는 14일 신원 불명의 한 남성으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았다.

이날 한 남성이 서울 강남경찰서로 전화해 '에이핑크를 칼로 찔러 죽이겠다'고 협박하자 경찰이 소속사로 출동했다. 소속사는 사무실과 컴백을 준비 중인 멤버들 연습실의 경비 태세를 강화하고 관할 경찰에서도 협조를 구한 상태다.





13일에는 걸그룹 트와이스의 미나가 살해 협박을 받았다.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의 한 회원은 걸그룹 게시판에 손목에 칼을 대고 있는 사진, 트와이스 미나의 사진과 함께 '내가 너 죽이러 갈 거예요'란 글을 올려 충격을 줬다.

논란이 되자 이 누리꾼은 손편지로 사과문을 써 "이러한 게시물이 당사자에게 어떠한 위협이 되고 어느 정도의 공포감을 주게 될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로 글을 작성했다"고 사과했지만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고소, 고발 등 강경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월드투어 중이던 그룹 방탄소년단의 지민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하는 글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와 소속사와 팬들의 걱정을 샀다.

이 누리꾼은 트위터에 "캘리포니아 공연에서 지민이 '라이'(Lie)를 부를 때 가방에 있는 총으로 쏠 것"이라는 내용의 영어 글을 여러 개 올렸다.

또 협박 글과 함께 공연장의 좌석 배치도, 총, 피가 묻은 손, 피를 흘리는 돼지 사체 등의 사진을 게재해 소속사가 현지 경찰에 협조를 구하고 공연장이 보안을 강화하는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 무사히 공연을 마쳤지만 멤버들과 스태프는 한동안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기획사들은 어긋난 팬심의 장난으로 치부하기에 살해 협박은 생명을 담보로 한 심각한 범죄라고 비판했다.

실제 해외에서는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스의 멤버인 존 레넌이 1980년 앨범에 사인까지 해준 광적인 팬 마크 데이비드 채프먼의 총격에 사망해 전세계 팬들을 경악케 했다.

또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스토커로부터, 가수 겸 배우 셀레나 고메즈가 당시 연인이던 저스틴 비버의 극성 팬에게 살해 협박을 받기도 했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과거에도 베이비복스의 간미연 등을 향한 공격 등 도를 넘은 케이스가 있었지만 지금은 팬들이 아티스트를 보호하고 아끼는 공익적인 일에 참여하는 등 팬덤 문화가 한층 성숙해졌다"며 "그럼에도 온라인상에 과도한 악플을 달거나 지드래곤의 공연 무대에 난입하거나 살해 협박을 하는 일들이 잇달아 일어나 소속사 입장에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걱정했다.

또 다른 기획사 이사는 "아티스트도 연예인이기 이전에 상처받기 쉬운 인격체라는 것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며 "이런 일들이 돌발로 일어나니 사전 방지가 쉽지 않지만 체계적인 관리와 보호를 위한 대책을 강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mim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