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와 유흥 즐긴 판사…솜방망이 처분 덕에 변호사 개업

입력 2017-06-15 11:03
피의자와 유흥 즐긴 판사…솜방망이 처분 덕에 변호사 개업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설업자로부터 향응을 받은 부장판사가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고 변호사로 무사히 개업해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대검찰청과 대법원에 따르면 부산지검은 2015년 조 전 청장의 뇌물수수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역 건설업자 정모씨가 당시 부산고법 소속인 문모 판사(지법 부장판사급)에게 4∼5년간 10여 차례 골프와 유흥주점 접대를 한 의혹을 파악했다.

이에 검찰은 조 전 청장과 정씨를 불구속 기소하며 대검을 통해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 관계자에게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부산지검 수사 관련 사항'이라는 문건을 전달했다. 관련 법과 검찰사건사무규칙상 수사기관은 조사나 수사를 시작한 때와 이를 마친 때에는 10일 이내에 소속 기관의 장에게 그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검찰로부터 정식 공문은 아니고 '부산지검 수사 관련 사항'이라는 형태의 문건을 전달받은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부장판사는 이후 법원의 공식 절차에 따른 징계나 조사, 검찰의 수사나 처벌은 받지 않았다.

그는 올해 1월 퇴직해 부산 지역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이에 법원이 업자와 유착 의혹이 있는 판사를 '제 식구 감싸기'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당시 소속 법원장을 통해 문 부장판사에게 품위유지의무 등 문제가 있음을 들어 엄중 경고 조처했다"며 "다만 이후 문 부장판사에 대한 입건 등 추가적인 사실관계가 드러나지 않았고 사직서가 수리됐다"고 해명했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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