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CCTV에 마약투여까지…인도네시아 호화판 감방

입력 2017-06-15 10:35
인터넷, CCTV에 마약투여까지…인도네시아 호화판 감방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의 한 교도소에서 인터넷과 전화기는 물론 열대어 어항과 폐쇄회로(CC) TV까지 갖춘 '호화판' 감방이 적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일간 콤파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립마약청(BNN)은 지난달 31일 자카르타 동부 치피낭 교도소에 수감된 마약범죄자 하랸토 찬드라(일명 곰박)의 감방을 압수수색했다.

곰박은 작년 사형이 집행된 인도네시아 마약왕 프레디 부디만과 관련된 인물로 마약 관련 범죄로 징역 14년을 선고받고 복역해왔다.

390억 루피아(약 33억원) 상당의 마약범죄 수익금 은닉 및 세탁 혐의와 관련해 압수수색을 진행한 국립마약청 수사관들은 곰박의 감방이 성공한 사업가의 개인 사무실을 연상케 했다고 입을 모았다.

부디 와세소(일명 부와스) 인도네시아 국립마약청장은 "그의 감방은 일반 감방과는 전혀 달랐다. 감방 내에는 에어컨과 무선인터넷(WIFI), 접근하는 사람을 감시하는 CCTV, 열대어 아로와나가 들어있는 어항, 특식 메뉴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죄수들은 곰박의 방에서 필로폰 계열의 마약인 '샤부'를 투여하기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부와스 청장은 덧붙였다.

곰박의 감방에서는 이외에도 휴대전화 4대와 노트북 1대, 아이패드 1대 등이 발견됐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부유층과 유력인사들이 교도소 내에서 호화생활을 하거나 각종 편의를 받는 것이 심각한 문제가 돼 왔다.

2010년에는 대규모 탈세 사건에 연루돼 인도네시아 전역을 들썩이게 한 전직 세무공무원이 교도소에 있어야 할 시각에 발리에서 열린 테니스 대회를 관람하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같은해 자카르타의 한 여성 교도소에서는 뇌물공여죄로 투옥된 수감자가 특실에서 피부과 전문의로부터 피부관리 시술을 받다가 적발됐으며, 올해 초에는 부패사범 전용 교도소인 반둥 수카미스킨 교도소에 리조트를 연상케 하는 고급 목조 오두막 37개가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오두막을 소유한 이들은 루프티 하산 이스하크 인도네시아 번영정의당(PKS) 전 총재, 아킬 목타르 전 헌법재판소장, 아나스 우르바닝룸 전 민주당 대표 등 대부분 '거물급' 수감자들이었다. 이들은 연예인을 불러 교도소 내에서 파티를 여는가 하면 친척 문병 등을 핑계로 수시로 바깥 나들이를 다녔다.



반면 일반 죄수들은 열악하기 그지 없는 처우를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리아우 주 시알랑 붕쿡 남자 교도소에서는 지난달 5일 죄수 448명이 집단 탈옥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정원이 361명인 시설에 1천800여명이 수감되면서 뇌물을 바치지 않는 죄수는 물조차 마시기 힘든 형편에 놓인 것이 원인이 됐다.

이달 14일 홍수로 담장이 무너진 틈을 타 41명의 죄수가 달아나는 사건이 벌어진 서수마트라 잠비 교도소도 정원 268명의 네 배가 넘는 1천200여명의 죄수가 수감돼 있었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올해 초 발표한 2016년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인도네시아는 100점 만점에 37점으로 176개국중 90위를 기록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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