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당도 받고 퇴직 후도 대비하고" 삼성SDI에 '마이스터 열풍'

입력 2017-06-15 09:36
"수당도 받고 퇴직 후도 대비하고" 삼성SDI에 '마이스터 열풍'

작년까지 4년간 36명, 상반기에만 17명 기술마이스터 등재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삼성SDI 구미사업장이 건설됐던 1978년, 만 17살의 어린 나이에 이곳에서 일하게 된 임병일(57) 씨는 지난 2015년말 정년이 돼 38년간 정든 회사를 떠났다.

임 씨는 그러나 재직 중에 틈틈이 공부해 배관기능장, 열관리 기능사, 폐기물 처리기사 등 무려 10여 종의 자격증을 따냈고, 덕분에 퇴직하자마자 경북 경산의 한 중소기업에 재취업했다.

최근 회사 후배들을 앞에 두고 강단에 선 그는 "적어도 2~3개의 자격증은 필수다. 자격증이 여러분의 미래를 보증한다"고 조언했다.

15일 삼성SDI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구미사업장에 '기술 마이스터제'를 처음 도입한 이후 지난해 말까지 36명의 마이스터가 탄생했으며, 상반기에만 무려 17명이 새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는 '예비 마이스터'는 구미사업장에만 현재 15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마이스터는 기능장 3개 혹은 기능장 2개와 기사 1개를 취득한 임직원에게 수여되며, 자격수당과 인사가점을 주고 명예의 전당에도 등재된다.

기능장 하나를 취득하는데 보통 1년 이상이 걸리고, 근무시간 외에 공부를 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3개의 자격증을 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기록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구미사업장 인프라 운영 그룹에 근무하는 김송학 주임은 5년간 3교대 근무를 하면서 무려 10개의 자격증을 따서 화제가 됐다.

구미에서 시작된 기술 마이스터 '열풍'은 울산, 청주, 천안 사업장으로도 퍼지고 있으며, 경영진도 이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최근 구미사업장을 방문한 전영현 사장은 "본인에게는 자기계발의 기회, 회사로서는 학습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마이스터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제도"라고 말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올해 들어 이른바 '샐러던트(샐러리맨+스튜던트)' 열풍이 사내에 불고 있다"면서 "경영진은 기술마이스터가 제조현장의 기술을 축적하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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