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한국 주도, 美 지지하게 만들어야"
연합뉴스 인터뷰…"국제제재 넘어서는 개성공단 재개 현실적으로 난망"
'사드 보고' 논란에 "前정부가 現정부에 완전히 인수인계 안한 건 사실"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미국을 방문한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담당 대통령특보는 14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 및 목표와 관련해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고, 북핵 문제를 한미 간에 조율하고,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드는 데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을 미국이 지지해주도록 하는 게 이번 정상회담의 큰 틀"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날 오후 워싱턴DC 레이건국제공항 도착 직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지금은 한미 간에 공조가 잘 되니 무리할 것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과거 '햇볕정책 전도사'로 불렸던 문 특보는 개성공단 재개 문제에 대해 "국제적 제재,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틀 안에서 개성공단 협의를 북측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제적 제재가 있으므로 그것을 넘어서는 개성공단 재개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책임 있는 외교'를 펴겠다고 했는데, 국제규범에서 벗어나는 일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대통령이 와서 정상회담을 하다 보면 미국과 어떤 역할 분담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기대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고 누락 논란과 관련해서는 "지난 정부가 현 정부에 완전하게 인수·인계를 하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딕 더빈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를 포함해 미 의회 일각에서 한국이 원하지 않는다면 한반도 사드 관련 예산을 배정하지 않을 가능성을 거론하는 데 대해선 "그것은 미국 정부가 알아서 하는 것이고 한국 정부와 얘기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사드는 미국 무기체계이고, 미국군이 운용하는 체계이므로 미국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다. 우리는 대지를 공여했으니 할 일을 다 한 것"이라며 "다만 환경영향평가라는 기본적인 법적·절차적 문제가 미진하므로 그것을 제대로 하겠다는 것이니 큰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16일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리는 한·미대화에서 미국 고위관료들이 줄곧 맡아온 오찬연설을 한다.
그는 연설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 정부의 외교정책과 남북관계, 한미동맹 발전 방향 등을 설명하고 한미 양국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그는 또 프랭크 자누지 미국 맨스필드재단 대표와 패트릭 크로닌 미국 신안보센터 아시아태평양안보 소장 등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주최하는 세미나에 참석해 토론하는 등 미국의 민간 전문가들을 상대로 새 정부의 대외 정책을 설명하고 한미 정상회담 의제를 사전에 조율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문 특보는 이번 방미 기간 백악관이나 국무부 등 미국 행정부 인사들과는 전혀 접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쪽의 전반적 의견을 들어 대통령께 보고드리고, 정상회담이 성공적인 회담이 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도 다녀가긴 했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얘기한 적은 없으니 (민간을 상대로) 설명하러 온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개최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을 수행해 평양을 방문하는 등 대북 포용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전파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문 특보는 18일께 뉴욕으로 이동해 비영리재단인 아시아소사이어티가 주최하는 세미나에 참석한 뒤 21일께 귀국할 예정이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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