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아파트 큰불, 2년전 의정부 공동주택 화재 연상
저층 화재 삽시간에 건물전체 확산…고층 주민 '투신' 등 아찔한 탈출
"경보 안 울렸다" 초기증언 비슷…"가열성 단열재가 사태 악화" 의심도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런던에서 14일 발생한 24층 아파트 화재는 여러 모로 2년 전 의정부에서 발생한 공동주택 화재를 연상시킨다.
2015년 1월 경기도 의정부의 대봉그린아파트에서 큰불이 나 4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쳤다.
런던 아파트 화재의 정확한 피해규모나 발화 원인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건물 전체가 화염과 연기에 휩싸인 화재 양상이나 목격자 증언 내용 등 여러 공통점이 눈에 띈다.
우선 저층에서 발생한 불길은 삽시간에 번져 건물 전체를 태웠다.
런던 '그렌펠타워' 화재는 2층에서 순식간에 27층까지 번졌고,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불도 1층에서 10층까지 외벽을 타고 급속도로 퍼졌다.
의정부 아파트는 가연성 자재를 쓴 건축공법(드라이비트)과 좁은 접근로, 강한 바람 등으로 초기진화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당시 제기됐다.
그렌펠타워는 최근 리모델링에 쓴 가열성 단열재가 화재 확산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고 영국 언론이 보도했다.
저층에서 불이 난 탓에 미처 대피하지 못한 고층 주민들의 안타까운 모습도 비슷하다.
이날 그렌펠타워 화재 목격자들은, 침대보로 줄을 만들어 타고 내려오거나 매트리스를 던지고 창밖으로 뛰어내리는 주민들의 모습을 봤다고 인터뷰했다.
화염과 연기 속에서 애타게 담요를 흔들며 구조를 요청하는 고층 주민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의정부 아파트 화재 당시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벽을 타고 내려오거나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이 목격됐다.
'화재경보가 울리지 않았다'는 초기 증언도 유사하다.
그렌펠타워 4층에 거주한 한 남성은 현지 매체 스카이뉴스에 "화재경보는 울리지 않았고, 누군가 우리 층 현관문 전부를 일일이 두드려 대피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의정부 아파트 화재 역시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거나 늦게 울렸다는 초기 증언이 잇달았다.
대봉그린아파트에서 화재가 난 시간은 겨울철 토요일 아침 9시께로 그때까지 잠을 자던 주민들은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그렌펠타워 화재의 경우 주민이 대부분 잠든 새벽 1시께 발생, 다수 인명피해가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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