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쿠데타 '진실' 여전히 논란…野 "방조·조종됐다" 결론
제1야당 CHP보고서 발표…여당 "반란세력 편드는 주장" 비판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 쿠데타 시도 후 거의 1년이 흘렀지만 그 실체와 진실에 관한 공방은 여전하다.
터키 제 1야당 '공화인민당(CHP)는 최근 307쪽짜리 자체 쿠데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대표인 '정의개발당(AKP)'이 주도한 의회보고서에 대항하는 성격이다.
CHP는 이 보고서에서 작년 쿠데타를 "예측했으나 차단하지 않았고 (여당이) 득을 본, 조종된(cotrolled) 사태"로 규정했다.
작년 쿠데타 모의는 상당기간 알려졌고 예측됐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궁극적 목표를 달성할 기회로 여겨졌다고 CHP는 주장했다.
지난해 터키 쿠데타는 의심스러운 여러 가지 정황 탓에 국내외에서 방조·조종설이 무성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CHP는 지난 11개월 간 드러난 여러 가지 사실을 근거로 그러한 의혹이 맞다는 주장을 펼쳤다.
CHP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4월 '튀르키예' 등 일부 터키 언론은 군이 쿠데타 가능성을 우려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보도했다. 군이 이상 동향을 감지했다면 당연히 국가정보청(MIT)과 공유했어야 하며 이미 기사화 된 이상 MIT가 몰랐을 리가 없다고 CHP는 추정했다.
실제로 MIT는 '펫훌라흐주의 테러조직'(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추종세력)의 쿠데타 기도 가능성을 다른 정부기관과 공유했다. 공소장을 통해 드러난 MIT의 공식적인 답변은 "군 정보는 확보하지 못해 행동 시기를 예측하지 못했다"였다.
그러나 이런 해명은 당장 쿠데타 전날 훌루시 아카르 군총사령관과 하칸 피단 MIT 청장이 6시간반에 걸쳐 만난 일정이 드러나며 무색해졌다.
CHP는 군과 정보기관의 총수가 쿠데타 전날 장시간에 걸쳐 회의를 했음에도 쿠데타를 차단하지 못했으며 그 회의에서 어떤 내용이 다뤄졌는지도 불확실하다며 의심의 시선을 던졌다.
결정적으로, 쿠데타 당일 오후 헬기 조종사인 O.K.(이니셜) 소령이 MIT를 찾아 피단 청장 납치음모를 실토했고 쿠데타 모의가 의심된다고까지 진술했는데도 적절한 조처가 없었다고 CHP는 지적했다.
CHP는 이밖에도 여러 정황을 바탕으로 정부가 직무유기로 쿠데타 차단에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CHP는 "정부가 공권력을 강화해 국민을 억압하고 에르도안 대통령의 1인 통치를 유지하는 데 쿠데타를 활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터키정부는 야당의 '쿠데타 조종' 주장을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누만 쿠르툴무시 부총리는 이달 12일 각료회의에서 "'쿠데타 조종'이라는 표현은 반란세력을 강력히 지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쿠르툴무시 부총리는 또 "곧 재판이 끝날 것인데, 만약 쿠데타 세력에 정치권이 연결돼 있다면 재판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말해 쿠데타 재판의 파장이 야당이 미칠 수 있다는 듯한 여운을 남겼다.
터키 제1야당의 이번 보고서는 수사결과나 사법부 판단에도 쿠데타의 '실체적 진실'을 놓고 계속되는 논란을 드러낸다.
일간지 휘리예트의 칼럼니스트 무라트 에트킨은 13일(현지시간) 칼럼에서 "한달 후면 쿠데타가 발생한 지 1년이 되지만 쿠데타를 둘러싼 '맹점'은 앞으로도 논쟁거리가 될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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