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中企·소상공인 "지금 빚도 힘든데 엎친데 덮친격"
도산·폐업 우려 확산…대출금리 0.1%P↑, 폐업위험 7.0∼10.6%↑
최저임금·정규직 전환·금리 '첩첩산중'…당국, 정책금리 인상 연기 등 대책 고심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김은경 기자 = 금리 시한폭탄의 타이머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 깜빡이를 켠 데 이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5일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빚 걱정이 태산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고 한은까지 기준 금리 인상에 가세하면 시장 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금 상환 부담이 더 커지고 소비 심리 위축으로 영업환경이 악화한다. 들어오는 돈은 줄어드는 데 나가야 할 돈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더구나 금리가 본격적인 상승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점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두렵게 하고 있다.
미국 연준은 올해 하반기 등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소기업청 등 관련 기관은 금리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 중기, 자금조달 비용 증가…금리 높은 비은행 금융사 대출 많아
중소기업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시장 금리가 뒤따라 오르고 그 결과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하는 악영향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또 은행들이 금리 인상뿐 아니라 대출 심사도 더욱 강화해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은 자금조달마저 어려워지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미 시중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심사를 강화해 저신용 중소기업들은 은행보다 대출금리가 훨씬 높은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금융기관을 찾고 있다.
지난 4월 현재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평균 대출금리는 3.68%로 상호저축은행(8.06%)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중소기업은 예금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고 상호저축은행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에 따라 비은행금융기관의 지난해 연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80조원으로 전년보다 33%나 늘었다.
금리가 본격적으로 상승하면 중소기업의 이자 상환 부담이 더 가중된다는 의미다.
서울의 의자제조 중소기업인 A사 대표는 "대부분 중소기업은 부채를 갖고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부채비율이 높다"며 "영업이익률이 2∼3%대로 낮아서 힘든데 금리마저 인상되면 도산이 다른 사람의 얘기가 아니게 된다"고 걱정했다.
이 대표는 "정부에서는 중소기업을 위해 중소기업 정책자금 등을 마련한다지만 금리가 인상되면 이런 제도가 사실상 의미가 없다"며 "금리가 인상되면 결국 은행만 어부지리를 얻고 중소기업은 생존이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에서 건강기능상품을 제조·유통하는 중소기업인 B사 대표도 "미국 기준금리가 국내 금리에 영향을 줘 국내 금리가 상승한다면 부채 이자 부담이 커질 뿐만 아니라 자금조달 규모도 작아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B사 대표는 "지난 2∼3년 동안 저금리로 사정이 좋았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대출금리가 0.1%포인트 오를 때 중소기업의 폐업 위험도가 7.0∼10.6% 증가한다는 분석 결과가 있다"면서 "국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함께 자영업자나 저신용자 등 취약 계층의 채무부담 증가에 대한 세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빚 480조원 자영업자… "빚과 이자만 늘어난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걱정도 늘어나고 있다.
한 PC방 사장은 "골목 상권에서 영업하는데 미국 기준금리가 어떻든 무슨 영향이 있겠느냐"면서도 "그 여파로 국내 금리가 오른다면 얘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안 그래도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걱정이 큰데 벌이는 똑같고 빚과 이자만 늘어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나라에서 이런 현장 사정을 아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한 스크린골프업체 사장도 "안 그래도 최저임금 인상이다 뭐다 힘든데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스크린골프는 주로 퇴직한 40∼50대들이 많이 하는데 개업에 평균 3억∼4억원이 필요해 다들 빚이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불경기라 지금 있는 빚 갚기도 힘든데 금리가 인상돼 대출이자가 오르고 소비가 줄면 어떻게 먹고 살지 모르겠다"며 "미국 금리가 오르더라도 국내에 영향이 크지 않게 정부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자영업자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 규모는 480조2천억원으로 추산됐다. 1년 전인 2015년 말보다 57조7천억원(13.7%) 늘었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작년 3월 기준으로 전체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 부채 규모는 1억1천300만원으로 상용근로자 가구(7천700만원)의 약 1.5배 수준이다.
◇ "내수 활성화해달라"…"중기·소상공인 피해 최소화 방안 고민중"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그동안 저금리가 유지됐지만, 경기를 살릴 정책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저금리 효과가 없었다"며 "대다수 자영업자는 생계를 위해 제2 금융권 등으로 몰려 비싼 이자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예산만 배정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가 있는 내수 활성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현재와 같은 불황 속에서 저금리 혜택을 못 받은 자영업자들은 금리가 올라가면 생계까지 위협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에게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소상공인진흥공단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면 정책자금 대출금리도 인상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시장 상황 등을 보고 소상공인들에게 부담되지 않을 정도로 금리를 맞추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예산 당국과 정책자금 대출금리 인상을 연기할 수 있는지 협의하는 중"이라며 "추경에 소상공인 대출 정책자금 6천200억원이 반영됐고, 내년 예산에도 융자자금이 대폭 확대되는 것으로 책정됐다"고 전했다.
그는 "대기업 수출 전망은 좋다는데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너무 나빠 이자까지 오른다면 특별한 대책이 필요할 듯하다"며 "금리 인상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부처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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