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반대투쟁 선봉에 선 성주 엄마들…'파란나비효과'
박문칠 감독 "정치는 곧 삶이라는 것 보여주고 싶었다"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정치나 평화가 멀리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생각보다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는 것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삶이 곧 정치고 정치가 곧 삶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파란나비효과'는 작년 7월 경상북도 성주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최적지로 결정된 이후 이 지역에서 시작된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당시 투쟁의 중심에 있었던 것은 사드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평범한 엄마들이었다. 정치와 담을 쌓고 지내다시피 했던 이들이 투쟁에 뛰어든 이유는 단순했다. 사드가 내뿜는 유해 전자파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박문칠 감독은 14일 CGV왕십리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사드 문제 자체에 대한 관심도 있었지만 경상도 성주라는 보수적인 지역에서 기존 정부에 반대하는 커다란 운동이 일어났다는 것을 보고 그분들의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궁금했다"며 "기존 사회운동이나 정치의 영역을 남성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쉬운데 성주에서는 그렇지 않은 모습이 보여서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 투쟁에 뛰어든 여성들이 변화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정치나 사회문제에 무관심했던 이들은 투쟁을 이어가면서 사드가 단순히 전자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정세가 얽힌 복잡한 문제라는 것을, 사드는 성주뿐만 아니라 한반도에 필요 없는 무기라는 것을 깨닫는다.
또 선거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1번을 찍었던 자신들의 모습을 돌아보기도 하고, 자신들에게 닥친 문제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세월호 사태에 무관심했던 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결과라고 반성하기도 한다.
이들은 개개인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정치는 바뀌지 않는다며 정치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자신들의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다큐멘터리의 중심인물로 등장하는 이수미 씨는 "5·18에 관한 왜곡된 보도를 그대로 믿기만 했는데 당시 제가 진실을 알려고 노력했다면 스스로 왜곡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민이 바른 시각으로 이웃에서 일어나는 일을 바라보려는 것 자체가 혁명이라고 생각한다. 저처럼 몰상식했던 사람이 바뀌는 모습을 그린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많은 분이 변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문칠 감독은 "정치나 평화가 멀리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생각보다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는 것"이라며 "이 작품을 통해 삶이 곧 정치고 정치가 곧 삶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국내적인 문제들은 새 정부가 들어서서 해결되는 과정이지만 사드 배치는 남겨진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라며 "지난 시대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전 국민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바람에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2013년 첫 장편 다큐멘터리 '마이 플레이스'로 전주국제영화제 관객평론가상과 서울독립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문칠 감독은 이 작품으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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