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서 성공한 한인 1.5세들의 영상 '멘토를 만나세요'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뉴질랜드에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활동하는 이준섭(47) 씨가 주류사회에서 활약하는 한인 1.5세들이 후배들에게 경험과 조언을 전하는 영상 '멘토를 만나세요'(Meet Your Mentors)를 제작했다.
멘토로 등장하는 이는 노동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변호사 안진(33), 뉴질랜드와 한국 양쪽에서 프로 골프선수로 활약하는 나운철(22), 오클랜드 공립병원 마취과 의사 박혜원(29), 파헬벨의 캐논을 록 버전으로 연주한 영상이 유튜브에서 600만 조회 수를 기록한 실력파 기타리스트 임정현(32) 등 네 명이다.
오클랜드 시 정부의 예산을 지원받아 영상을 만든 이 씨는 14일 "멘토들은 중도 입국으로 정체성 혼란과 진로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1.5세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하며 조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영상은 오클랜드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한인 청소년들이 각각 멘토를 찾아가서 이야기를 전해 듣고 질의·응답을 벌이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박 변호사는 "정치가가 되는 길은 다양해 이전 직업이 무엇이었나를 따지지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사람들과 공감하고 그들의 삶에 관심을 두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2015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한국 프로 무대에도 입성한 나 프로는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게 있으므로 두려워하지 말고 즐기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과정에 충실하면 좋은 결과는 따라오기 마련"이라며 성실을 강조했다.
의사 박 씨는 "의학적인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에 대한 애정으로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뉴질랜드에서는 다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국과 뉴질랜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것 같아 정체성 혼란을 겪은 덕분에 음악적 깊이가 더해졌다는 임 씨는 "자신에게 솔직한 음악을 해야 청중도 공감한다"고 경험을 털어놓았다.
영상에서 한인 청소년들은 "직업에 대한 조언뿐만 아니라 그 위치에 오르기까지의 경험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줘 큰 격려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13분 분량에 한글 자막을 넣은 이 영상은 오는 17일 주오클랜드 한국총영사관 주최 '2017 진로 멘토링 워크숍'에서 첫 상연을 한다. 이후 한민족 한글학교, 오클랜드 한국학교, 오클랜드 타카푸나 고교 등에서 공개된다.
이 씨는 재외동포재단과 외교부가 주최한 '2015 재외동포 UCC 공모전'에서 '뉴질랜드의 첫 한국인 이야기'로 우수상을 받은 이래 한인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1세대들의 이야기인 '우리의 첫 이민자들'(Our First Immigrants)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다음에는 뉴질랜드에서 자식을 다 키우고 경제적인 안정을 찾은 40대 후반 이상의 한인들을 위한 '인생 2막 재취업'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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