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 아밀로이드, 치매 위험요인 확실"

입력 2017-06-14 09:38
"베타 아밀로이드, 치매 위험요인 확실"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뇌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의 증가가 알츠하이머 치매의 중요한 위험요인임을 확인하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베타 아밀로이드가 늘어나면서 응집을 일으켜 플라크(plaque)를 형성하면 뇌세포들 사이의 신호 전달 통로가 차단돼 뇌세포가 죽고 결국 치매를 유발한다는 것이 치매 발생 메커니즘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서던 캐롤라이나대학 치매치료연구소(ATRI: Alzheimer's Therapeutci Research Institute)의 마이클 도너휴 박사 연구팀은 기억력 저하 등 치매 조짐이 전혀 나타나지 않은 상태라도 베타 아밀로이드가 늘어나기 시작하면 치매로 이행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위험신호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와 헬스데이 뉴스가 13일 보도했다.

기억력 등의 인지기능이 정상인 노인 445명(평균연령 74세)을 대상으로 뇌척수액 검사 또는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를 통해 베타 아밀로이드 수치를 측정하고 최장 10년에 걸쳐 추적 관찰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도너휴 박사는 밝혔다.

이 중 242명은 베타 아밀로이드가 수치가 정상이었고 202명은 높았다.

베타 아밀로이드 수치가 높은 사람은 대체로 나이가 많거나 교육수준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이들은 또 상당수가 치매 위험을 높이는 ApoE4 변이유전자를 지니고 있었다.

이들은 그 후 3년 사이에 기억력을 포함한 뇌 기능이 급속히 떨어졌다.

4년째가 되자 이들 중 32%가 본격적인 치매에 앞서 나타나는 전구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베타 아밀로이드 수치가 정상이었던 그룹에서는 15%만이 상당한 기억력 저하를 보였다.

관찰 기간은 개인별 평균이 3년이었고 10년까지 계속된 참가자는 얼마 되지 않았다.

관찰 기간이 10년인 참가자 중에서는 베타 아밀로이드 수치가 높은 그룹은 88%, 수치가 정상인 그룹은 29%가 뚜렷한 인지기능 저하를 보였다.

이 결과는 치매는 증상이 나타나기 오래전부터 진행이 시작되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증상이 없을 때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도너휴 박사는 설명했다.

지금까지 베타 아밀로이드를 억제하는 유망한 신약들이 개발됐지만, 임상시험에서 모두 실패한 것은 치매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상당히 진행된 단계에서 너무 늦게 치료제가 투여됐기 때문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치료는 치매 증상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뇌가 아직 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을 때 시작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도너휴 박사는 베타 아밀로이드를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인 콜레스테롤에 비유했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도 심혈관질환 발병까지는 겉으로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데 베타 아밀로이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형성은 단계적인 과정을 거쳐 의외로 서서히 진행된다는 사실이 최근 맥스4 싱크로트론 입자가속기를 이용한 뇌 관찰 결과 밝혀졌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의사협회 저널(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최신호(6월 13일 자)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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